[이슈크래커] 이상 엔저에 ‘엔 캐리’ 빨간불...연준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2-04-18 10:06수정 2022-04-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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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위기=엔화 매수”

"위기엔 안전자산이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진리처럼 통용되던 공식입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닥칠 때면, 위기를 회피하려는 투자자들은 어김없이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 같은 안전자산에 몰렸습니다.

이는 일본이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데다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이고, 무역흑자국이란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 일본의 화폐는 미국 달러 못지않은 안전자산이란 믿음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공식대로라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면 엔화 가치가 상승해야 하는데,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는 지난 13일 달러당 126.32엔으로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15일에는 이보다 더 떨어져 한때 126엔대 중반까지 하락하며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의 최저치를 다시 썼습니다. 18일 오전에도 엔화는 126엔대 후반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일본은행(BoJ)의 환율 방어선인 ‘구로다 라인(125엔)’이 무너진 셈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 확대와 일본 무역수지 악화로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계속되며 엔화 값은 2월 이후 1개월 반 만에 약 11엔 정도 떨어졌습니다.

물론 엔화 가치가 급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자금이 미국 달러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기를 살리겠다며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50%, 일본은 -0.10%입니다.

14일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금리가 2.8%대까지 상승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금융정책의 방향성이 달라 앞으로도 금리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 영향이죠.

‘엔저 현상’ 가속화…엔 캐리의 시대?

일각에선 이러한 엔저 현상에 ‘엔 캐리트레이드(엔 캐리)’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옵니다. 엔 캐리란 ‘엔(yen·일본의 화폐단위)’과 ‘캐리(carry·운반하다)’, 그리고 ‘트레이드(trade·거래)’의 합성어로, 저금리 기조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고금리 기조라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다른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거래를 뜻합니다. 즉 역대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에 힘입어 엔 캐리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엔 캐리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엔 캐리는 안전자산 매수 심리가 깊어질 때 이를 청산해 엔화를 확보해야 의미가 있는데, 지금 같은 급격한 엔저 분위기에선 아무도 원치 않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엔화 가치가 너무 낮으면 일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엔화로 다시 교환할 때 얻는 환차익을 상쇄시킵니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투자전략가들은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나 회사채를 보유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엔화로 환산하면 사라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일본 펀드매니저들이 보유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채권은 매각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엔 캐리 둔화…연준에도 ‘적신호’

이런 분위기는 연준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엔 캐리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매입할 수 있는 국채 공급은 충분한 반면, 투자 수요가 줄어버린다면, 이는 고스란히 연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특히 양적 긴축을 앞둔 상황에서 달러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수요는 더욱 중요하므로 연준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도 머리를 맞대는 상황에 왔습니다. 15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양국 재무장관은 오는 21일 미국에서 만나 엔저 대책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양국 재무장관이 환율 공조 가능성에 관해 논의한다고 하는데, 부실채권 처리와 디플레이션 대응하려면 엔저 유도나 엔저 방치뿐인 상황에서 엔화 값은 반등 여지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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