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는 부활절 휴일에도 수도 키이우 주변과 주요 도시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러시아는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며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에 대한 투항 압박을 강화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런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러시아군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이날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재앙적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와 외국 용병에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며 “무기를 내려놓는 이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복을 요구했다. 데드라인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17일 오후 1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7시)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 병사들은 이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ABC의 ‘디스위크(This Week)’에서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가능하면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지만 항복할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오후 10시까지 함락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들이 사실상 포위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규모 파괴로 인해 도시는 사실상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주님의 부활은 죽음을 이기고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했다는 증거다.”라며 부활절 인사를 전했다.
마리우폴은 흑해로 이어지는 아조프해 중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이자 물류 거점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무역이 마리우폴을 통해 이뤄진다.
마리우폴이 중요한 건 러시아가 지배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크림 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당시에는 러시아 본토와 연결되지 않았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려면 마리우폴 함락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면 크림반도의 육로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와 귀중한 산업 자원을 빼앗을 수 있다.
또 러시아는 마리우폴 시민 1000명 이상을 러시아로 강제 연행했는데, 이는 나중에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이들을 인질로 내세워 협상을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인질을 매수해 프로파간다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추산에 따르면 무자비한 포격과 시가전으로 마리우폴에서만 최소 2만1000명이 사망했다. 산부인과 병원은 전쟁 초기 치명적인 러시아의 공습으로 타격을 받았고, 민간인들이 대피하고 있던 극장 폭격으로 약 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전쟁 전 마리우폴 인구는 45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죽거나 피난해 약 10만 명만 남았다. 식량, 물, 전기도 없이 포위돼 마리우폴은 현재 생지옥이 됐다.
마리우폴이 함락되면 러시아군은 동부 산업 지역인 돈바스 공세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