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정호영 의혹에…침묵했던 尹 "40년 지기 아냐" 선긋기

입력 2022-04-19 15:44수정 2022-04-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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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동문·논문 공저 6명, 자녀 편입 시험 점수 후하게
일부 교수들, 딸 구술평가 만점 나란히 줘
아들, 군 신체검사 의혹 "병무청 진단서 의심스러워"
정호영 기자회견 이어 "어떤 불법·부당행위 없었다" 재차 부인
국민의힘 내부서도 '사퇴 촉구' 목소리 커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열린 윤석열 정부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이투데이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19일 자녀 입시 특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말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공정 프레임에 타격을 입자 다소 거리를 두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안이 있는지 언론,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날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국민께 나와 자료를 소명할 국회 청문회 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낙마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 친구라서 그런가'라는 질문에는 “정 후보자가 ‘(윤 후보자와) 40년 지기라는 표현은 민망하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며 “두 분은 각자 서울과 대구에서 학창시절 보냈고, 검사와 의사로 바쁘게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과 친분으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반면 정 후보자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40년 한결같은 친구'라 표현하며 "어릴 적부터 식사라도 할 때면 늘 먼저 계산을 하려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전날에는 정 후보자 동문이거나 논문을 같이 쓴 의대 교수 6명이 자녀들의 편입학 시험에 면접 위원으로 들어가 점수도 후하게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딸의 구술고사에서 20점 만점을 줬던 교수 3명 가운데 2명은 정 후보자의 위암 관련 논문 공저자였다. 이 중 정 후보자와 7편의 논문을 쓴 A교수는 2018년 아들의 서류 심사에서도 30점 만점에 최고점인 29점을 줬다.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집필한 B교수는 딸 정씨에게 서류전형 최고점 28점을 줬으며, 딸 정씨에게 구술평가 만점(20점)을 나란히 준 사실이 알려진 3고사실 평가위원 3명 중 C교수와 D교수도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썼다. E교수는 논문 공저 이력은 없으나 정 후보자와 동문회 활동을 함께했다. 또 아들 정씨에게 총 9명의 구술고사 평가위원 중 유일하게 19점(20점 만점) 최고점을 준 F교수도 정 후보자 논문 공저자다.

이같은 논란에도 정 후보자는 여전히 관련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논란과 관련해 "어떤 불법·부당행위가 없었다. 필요시엔 자신도 직접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단 하나의 의혹도 불법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 단 한 건도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정 후보자의 사퇴 촉구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권 5년 간 우리가 왜 분노했는가”라며 “이해충돌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5년 간 야당을 하면서 민주당을 보며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많은 국민들께서 윤석열 정부에 공정과 상식에 대한 바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법률의 잣대를 가지고서 그 사람이 법률적으로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빨리 그 문제를 해결하고 지나가는 것이 새 정부 탄생에 오히려 순조로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성주·신현영·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든 경찰이든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 부정의 팩트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정 후보자의 딸은 11명으로 구성된 ‘가반’에서 구술고사를 치렀는데, 11명 중 만점자는 정 후보자 딸이 유일했다. 정 후보자 딸을 제외한 나머지 만점자는 다른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정 후보자 아들의 군 신체검사 4급 판정과 관련한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경북대 의대에 재학 중인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5년 후 재검을 거쳐 사회복무요원(4급 보충역) 소집 대상으로 판정이 달라졌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병원진료 기록에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병사용 진단서는 척추협착으로 진단이 둔갑된다”면서 “병사용 진단서에 기록돼 있는 요추 6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부위다. 군입대 신체등급 판정에 주요한 지표가 되는 병무청 진단서에 정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명기한 것 자체가 공신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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