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입찰엔 삼성물산만 참여
추후 추가입찰 가능성은 열어둬
주민 개별접촉·판촉물 경고장에
입찰 후 리스크·손실 회피 경향
올해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가 대거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돌연 등을 돌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이날 마감된 동작구 흑석동 흑석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입찰에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대우건설이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양자 대결 구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가 대거 몰리면서 다자 구도가 예상됐지만 결국 입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조합은 입찰을 위한 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흑석2구역은 동작구 흑석동 99-3 일대에 4만5229㎡ 규모로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을 맡았다. SH공사는 재개발을 통해 지하 7층~지상 49층 높이의 아파트 12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약 5000억 원 규모다.
흑석2구역은 2009년 3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이후 줄곧 표류해왔다. 사업이 지연되자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는 공공재개발 사업 신청을 했는데 지난해 1월 1차 후보지에 오르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흑석뉴타운은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핵심 입지를 자랑한다. 도심 접근성이 좋고 한강 조망권도 확보할 수 있어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흑석2구역은 흑석뉴타운 9개 구역 중 서울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가깝고 중앙대병원 등이 인접해 생활인프라 이용이 편리하다.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정비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장에 단독입찰하는 사례가 늘어난 배경에는 출혈 경쟁을 피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이미 주민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상태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개별 접촉 및 판촉물 등이 경고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월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사들이 집행부가 일반과 상식을 벗어나서 특정 시공사의 요구만 들어준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주민대표회의라는 의결기구를 거치지 않은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인 경고 조치로 입찰 후의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입찰 가능성은 열어뒀다. 대우건설은 특정 시공사의 이익과 집행부만을 위한 입찰지침이 소유주를 위한 입찰지침으로 개정되고, 주민대표회의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2차 입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들의 무혈입성 사례가 늘어나면서 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합은 경쟁입찰을 통해 다양한 설계안을 선택할 수 있는데 수의계약으로만 진행되면 시공사의 제안대로 사업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리한 경쟁을 피하고자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바뀌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는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좋지만, 수의계약이 관례로 굳어지면 시공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해지고 시장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