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항쟁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입장입니다. 이번 돈바스 전투를 전쟁의 두 번째 단계라고 칭할 정도로 돈바스 탈환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돈바스가 어떤 곳이길래 두 나라 모두 이토록 필사적으로 싸우는 걸까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남동부의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아울러 일컫는 지명입니다.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는 각각 230만 명과 15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 다수는 러시아 국적자이거나 러시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차 대전 이후 구소련 시대에 러시아 노동자들이 돈바스 지역으로 파견되면서 러시아계 인구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돈바스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돈바스 전쟁’의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이 탄핵당하고 친서방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러시아계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 독립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죠.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도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두 공화국 반군 간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2015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의 중재 아래 휴전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산발적 교전이 8년 동안 계속되면서 약 1만 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은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하며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했습니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지역이죠. 만약 돈바스를 잃는다면 우크라이나 국민 절반이 겨울 추위에 시달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번 전쟁의 직접 원인이 된 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였습니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불렸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로 인해 나토 국가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 않을 수 있었죠.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는 큰 위협을 느꼈고,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집중하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이미 합병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한 뒤 두꺼운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의도란 것이죠.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 장악이 어려워지면서 주요 작전 방향을 동쪽과 남쪽으로 바꾸고 있다”며 “러시아는 점령 지역과 비점령 지역을 구분하는 선을 긋고 우크라이나를 둘로 나누는 ‘한국 시나리오’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마리우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돈바스 전투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