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상담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의 경우 난청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청력이 나빠져 대화가 힘들 정도로 듣지 못해 생기는 생활의 불편은 온전히 어르신들의 몫이다. TV를 볼 때도 소리를 최대한 키워야 들리고 전화벨이 울려도 듣지 못해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80대 어르신 한 분은 전화벨 소리,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하자 집안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사셨다. 듣지를 못해 의사소통하기가 어렵다 보니 소통을 스스로 차단, 나 홀로 삶을 살아가시는 어르신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난청은 단순히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 활동능력을 떨어뜨리고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가 하면 자기효능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대인기피증, 사회적 고립감, 우울증을 유발하는 등 정신건강을 악화시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게다가 난청은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외부 자극 중 청각에 의해 가장 직접적인 자극을 받는데 난청으로 뇌가 충분히 자극되지 않으면 그 기능이 점차 퇴화돼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늙으면 죽어야지’ 하는 말도 빈말만은 아닌 것 같다.
보청기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 본 어르신들 중에 보청기 사용으로 난청을 해결한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 이유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으면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삐 소리가 나서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소리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거나 말소리가 울리는 등 저마다 불편함이 많았다. 점검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그도 쉽지 않은 것이 점검할 때마다 돈이 들어가야 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하라고 한다며 다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어르신들에게 고가의 보청기를 척척 내 귀에 맞게 다시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청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난청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산물인 만큼 그 효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난청은 누구나 겪는 과정, ‘내 귀에 캔디’ 같은 보청기는 아니더라도 내 귀에 맞는 보청기를 찾을 때까지 사후 맞춤형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