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검사들은 정치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검사의 수사권과 영장 직접청구권을 모두 박탈하고 경찰의 직접 영장청구권까지 인정하고 있어 헌법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김가람 서울북부지검 검사와 최형규 대전지검 검사, 임진철 서울중앙지검 검사, 남소정 울산지검 검사는 20일 브리핑을 열고 전날 열린 전국 평검사 회의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국 평검사 207명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서울중앙지검에 모여 비공개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성폭력 범죄, 강력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국민들께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다수의 민생범죄, 대형 경제범죄 등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며 회의 개최 배경을 밝혔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가 기본적인 사실 조차 확인할 수 없게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검사의 판단을 받고 싶어 이의를 제기해도 검사가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없애 버렸다”며 “구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오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와 인권침해가 큰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까지도 없애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를 만들고 힘없는 국민에게는 스스로 권익을 구제할 방법을 막아 결국 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범죄 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하며 선진국들이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선진 민주국가 대부분이 경찰에 대한 통제기구로서 검찰 제도를 두고 있고 나아가 고도화·지능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그간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조차 사법체계의 대혼란과 부패범죄 대응력 약화를 이유로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닫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평검사 대표들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설명했다. 이들은 “저희 평검사들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라며 “국민들께서 중대범죄의 수사과정에 참여하실 수 있는 외부적 통제장치, 평검사 대표들이 정례적으로 논의하는 내부적 견제장치인 ‘평검사 대표회의’ 등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제도의 도입에 평검사들이 주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전국 평검사 회의 안건은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다. 큰 의제는 정해졌지만 제한을 두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취지인 만큼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