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는 엉망인 우리 기업 지배구조라는 뜻에서다. 그가 최근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합병 비율로 논란이 되는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이슈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연장선이다.
지난 7일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 그룹의 지주회사로 동원산업은 물론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으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합쳐지면서 동원산업이 지주회사로 오르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사라진다. 즉 동원산업이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자회사로 두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합병 비율(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1:3.838553)이다. 백 대표와 같은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경제개혁연대와 같은 시민 단체들은 동원엔터프라이즈엔 유리하게, 동원산업엔 불리하게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했기 때문에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합병 비율을 계산할 때 동원산업의 자산가치로 할 수 있었음에도 이사회는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기준시가란 △최근 1개월간 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 평균 종가 △최근 일의 종가 등을 산술평균한 가액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동원산업을 자산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 38만2140원이나, 기준시가로 산정하면 24만8961원이다.
백 대표는 “동원산업 이사회는 합병을 결정하면서 회사에 불리한 기준시가를 택했다”며 “이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가진 최대 주주로 합병이 성사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에 비례해 동원산업 신주를 부여받는다. 합병 비율이 유지된다면 김 부회장은 합병으로 동원산업 주식 48.43%를 보유하게 된다.
백 대표는 동원산업 합병의 핵심은 올바른 기업 거버넌스가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 환경이라고 봤다. 그는 “미국에서 이사가 일부러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소송당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이사회 책임에 대한 배상 한도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나라 증시가 저평가되는 주 요인”이라며 “주식은 투자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면서 회사가 잘 되면 성과를 공유 받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대주주만 성과를 가져간다”고 했다. 백 대표는 “손해가 나면 같이 망하고 이익이 나면 대주주만 가져가는 상황인데 누가 선뜻 투자하겠냐”며 “그래서 기업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래쉬자산운용은 이번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백 대표는 “현재 동원산업을 팔고 나가도 (블래쉬자산운용) 손해는 아니지만 (이번 합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며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형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인데) 증권 쪽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연결된 회사는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블래쉬자산운용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