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한다. 당장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라면 식용류 등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팜유 공급량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결국 원재룟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다. 식용유나 가공식품 제조에 쓰일 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활용된다.
앞서 22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3~4개월 치 팜유 물량을 비축해두고 있어 팜유 공급에 차질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수출 중단 조치 발표 후 미국 시카고 거래소의 콩기름 거래가격이 4.5% 올랐다. 시장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수출 금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내놓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팜유 재고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밝힐 수 없지만 당장 수급에 차질은 없다"며 "다만 팜유는 라면을 포함해 가공식품 주요 원료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뚜기 관계자도 "팜유 물량을 어느 정도 비축해둬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방침이 원료 수급에 즉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 "수출 금지가 길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당장 팜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인도네시아산 팜유 공급이 끊기면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산 팜유 등 대체품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남미 지역에서 콩기름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길어지고 있어 식용유 전반의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도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팜유는 비누와 크림, 로션 등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관련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