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몸집을 불리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보유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유통망과 자본력을 겸비한 대기업과 손잡으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25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7년 4조1728억 원에서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서며 5조454억 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와 면역력 강화가 중요해지면서 건기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성장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그러나 건기식은 개발·허가 절차가 쉽고, 온·오프라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유통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이미 많은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무기로 상당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큰 성공을 거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자 특화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 대규모 자본과 유통망,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연합군을 형성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약점을 줄이는 동시에 수많은 제품 가운데 기술력과 특장점을 강조하면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 CJ웰케어는 글로벌 유전체 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와 함께 개발한 '닥터 뉴트리' 브랜드를 출시했다. 양사가 생애주기별 개인 맞춤 건기식 사업을 목표로 협력한 지 약 1년 반만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사내 건강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독립, 건기식 담당 법인 CJ웰케어를 출범했다. 식품사업에서 건강사업을 완전히 분리하고 R&D, 마케팅, 영업 등 사업 전반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회사의 4대 성장엔진 중 하나로 '웰니스(Wellness)' 사업을 지목하고 2025년까지 업계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닥터 뉴트리는 '개인 맞춤형 건기식'으로, 비타민·미네랄·유산균·오메가3·루테인 등 한국인이 주로 찾는 5가지 영양·기능성분을 한 포에 담았다. 개별 구매의 불편함을 줄이고 개인별 건강 고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4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EDGC는 유전체 빅데이터 알고리즘 개발 역량을 제공했다. 축적한 기술 노하우와 유전체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유후엔진' 플랫폼은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 분석을 통해 한국인 특이 유전형질을 구분하고 결핍 위험이 큰 영양소 및 섭취 함량 과부족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마트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기업 고바이오랩과 건기식 합작법인 '위바이옴'을 지난달 설립했다. 올해 1월 체결한 합작투자 계약에 따른 성과로, 최근 고바이오랩의 153억 원 출자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에 진입한 기업이다. 자체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발굴 플랫폼인 스마티옴(Smartiome)을 통해 다양한 질환군을 타깃한 신약과 건기식에 적용 가능한 5000종 이상의 인체 유래 균주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
위바이옴은 고바이오랩으로부터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미생물을 도입하는 동시에 이들 원료의 대량 상업생산을 위한 제조시설 구축을 추진한다.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산업단지에 부지를 확보했으며,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도입한 기능성 원료의 신규 건강기능식품 인체적용시험에도 속도를 낸다. 빠르면 연내 출시할 제품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보유한 이마트와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주요 제품이나 판매 계획 등 구체적인 그림은 하반기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