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낮춘 급매만 간간히 거래
매수우위지수 역시 2주째 내림세
집값 끓어올린 2030 영끌족 '한숨'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남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자치구 내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대비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가 집중된 강북과 외곽지 중·저가 단지 실거래가 내림 폭이 커 영끌족의 시름이 더 깊다. 앞으로 집값 추이를 가늠할 아파트 매수심리 역시 강북을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는 만큼 하락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강북지역에선 종전 최고가 대비 수억 원 내린 실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푸르지오 전용면적 84㎡B형은 17일 10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의 직전 실거래가는 2월 거래된 12억7500만 원으로, 두 달 새 2억 원 이상 빠진 셈이다. 지난해 신고가인 13억6500만 원과 비교하면 2억95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서구 등촌동 부영 전용 80㎡형은 9일 지난해 9월 종전 최고가 11억3000만 원보다 2억9000만 원 하락한 8억4000만 원에 팔렸다. 같은 평형이 8억4000만 원에 팔린 것은 2년 전인 2020년 9월이 마지막이다. 다만 부영 아파트 관계자는 "해당 거래는 가족간거래로 특수거래에 해당한다"며 "비록 직거래가 아닌 중개거래로 진행됐지만 확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은평구와 강서구뿐 아니라 강북 내 핵심 입지에서도 1억 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속속 포착됐다.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4단지 전용 84㎡F형은 20일 16억 원에 팔렸다. 해당 물건은 저층(2층)임을 고려해도 지난해 9월 종전 최고가 18억5000만 원보다 2억5000억 원 내린 금액에 거래됐다.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2단지 전용 84㎡형도 지난해 7월 종전 최고가인 14억50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떨어진 13억4000만 원에 손바뀜되며 약세를 보였다.
이렇듯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수 주 째 집값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8일 기준 서울 강북 지역(14개 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0%로 보합을 이어갔다. 강서구(-0.01%)·구로구(-0.01%)·관악구(-0.01%) 등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은 내림세가 지속됐다.
앞으로 집값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수우위지수 역시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8일 기준 서울 강북지역 매수우위지수는 58.4로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강남지역은 62.5로 서울 평균(60.6)을 웃돌았다. 이 지수는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아파트 매수자가 많음을 뜻한다.
특히 내림세가 뚜렷한 지역은 최근 영끌 수요로 집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연련대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분석 결과, 지난해 2030세대 등 젊은층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41.7%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강서구는 51.5%, 노원구는 49.3%, 관악구 47.3% 등으로 집계됐다. 중저가 단지가 몰린 지역에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층이 대거 영끌 매수를 한 것이다. 올해 들어 계속되는 기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가 줄어든 데다 세금과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가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강서구 B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많이 올랐는데 대출은 안 나오니 매수세가 뚝 끊겼다”며 “급매 물건만 실거래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지난해 집을 산 사람들은 압박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