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이슈에도 수익성 중심 운영 주효
서버 수요 힘입어 2분기도 ‘호실적’ 전망
SK하이닉스가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12조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시장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매출보다 3조 원 이상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과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 센터 구축으로 서버 수요 견조가 예상되는 만큼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지속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7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 12조1557억 원, 영업이익 2조859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116%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어난 1조9829억 원을 달성했다.
이번 역대급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메모리 제품 가격 하락폭이 작았고 지난해 말 자회사로 편입된 솔리다임의 매출이 더해진 효과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공급망 불안 등 어려운 사업환경에서 일부 IT 제품의 소비가 둔화됐다”며 “하지만 고객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맞춰가고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호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1분기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심화, 중국 내 일부 지역의 락다운 영향 등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았던 시기다.
SK하이닉스는 이런 환경과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사업 운영을 운영하는 등 유연한 대응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과 함께 서버향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분기에도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2분기 매출은 13조5274억 원, 영업이익은 3조7907억 원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 수요는 기존 전망인 10% 후반을 유지하면서 출하량도 같은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서버를 포함한 컴퓨팅향의 수요 증가로 당사의 D램 출하량은 약 10% 중반 성장을, 낸드는 30%의 수요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 코로나로 인해 지연된 신규 데이터센터가 올해 서버의 강한 배후 수요 작용 보인다”며 “올해 클라우드 호황이었던 2018년도와 유사한 정도의 데이터 센터 건설이 계획돼 있어 이는 당사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차세대 제품 개발도 지속하고 있어 올 한해 역대급 실적을 갱신할지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장비 입고 기준 1분기에 4조 원을 용인 사이트와 이천ㆍ청주 공장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토지보상이 마무리되고 있어 관련 비용이 추가로 증가하고 있다”며 “용인 사이트 팹(공장)을 가지는 시점 이전에 다른 팹의 추가 필요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 외에 추가로 팹 공간(스페이스)이 필요하게 된다면 확정되는 시점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매출은 업계 추정치(11조7758억 원)를 웃돌았지만 영업이익은 예상했던 3조499억 원보다 낮았다. 이는 2020년 중반에 생산된 일부 D램 제품에서 품질 저하 이슈로 3800억 원의 일회성 판매보증충당부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이날 “(D램 품질 저하) 이슈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고객과 투자자분들께 죄송하다”며 “2020년 일부 공정상에 변경이 있었고 당시 생산된 제품 중 특정 기간에 양산된 제품에서 품질 저하 현상이 한 1년 전 작년 중반부터 보고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이후에 다양한 조건에서 품질 검증 과정을 강화해 현재는 재발 가능성을 충분히 최소화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고객이 제품 교환을 요구해 2년여 기간 동안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며 비용을 보수적으로 인식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