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영업손실 총 2조원 넘어…시장 성숙기에 수익성 증명 가능한 생존전략 필요
가파른 성장 가도를 걷던 이커머스 시장의 둔화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누가 먼저 수익성 개선에 성공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으로 소비가 다시 이동하고 신생 커머스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등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무엇보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목소리로 ‘계획된 적자’를 외치며 외형 확장에 집중하던 이커머스들도 속속 재무 건전성을 고민하면서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 등 손쉬운 방안들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업손실을 합치면 2조 원이 넘는다. 기업별 적자 규모를 보면 △쿠팡 약 1조8000억 원 △컬리 2177억 원 △롯데온 1558억 원 △SSG닷컴 1079억 원 △티몬 760억 원 △11번가 694억 원 △위메프 338억 원 순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위메프다. 지난해 위메프의 영업손실은 3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6% 감소해 주요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적자 폭 개선에 성공했다. 규모면에서도 업계에서 가장 적은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위메프는 재작년 하반기부터 강도 높은 수익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과 비교하면 영업손실이 55% 줄었다.
위메프는 패션/뷰티, 여행, 공연/티켓 매출이 높은 사업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한 기업 중 하나다. 그럼에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위메프는 내실 없는 외형 성장보다 체질 개선 기조를 유지하면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유례없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위메프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지난 해부터 위메프가 ‘테크(메타쇼핑)’와 ‘휴먼(큐레이션)’이 결합한 전략을 앞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유저 중심의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높여 서비스 체질까지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업계 최저인 2.9% 수수료 정책을 도입하는 파격 선언을 내놨다. 낮은 수수료로 파트너사를 늘려 상품 DB 확보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이용자 편의성을 늘린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주 수입원이 수수료 매출인 오픈마켓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에는 큰 위험성이 따르는 정책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1만 원짜리 물건을 판매했을 때 10% 수수료 받으면 1000원이 오픈마켓의 매출이지만 2.9%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290원이 매출로 잡힌다. 당장 매출 감소 및 수익성 개선에도 적신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메프는 지난해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위메프 관계자는 “업계 최저 수수료 정책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손익 개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한 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메타쇼핑과 D2C로 유저 편의성을 대폭 높일 수 있도록 플랫폼 고도화에도 속도를 높인다. 메타쇼핑은 23만 개 쇼핑몰, 7억 개 상품에서 추출한 메타데이터로 가격비교를 넘어 상품비교, 스타일비교 등 쇼핑 콘텐츠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5월 중에는 위메프에서 브랜드의 공식 쇼핑 콘텐츠를 손쉽게 확인하고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D2C 서비스도 선보인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출혈 경쟁을 이어 온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이제는 수익성을 증명할 시기”라며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생존전략을 짜는 것이 이커머스 기업들의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