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셀프수리 도입하고도 ‘빈축’...“액정교체 겨우 3달러 차이”

▲독일 뮌헨 시내 중심가의 애플 매장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뮌헨/AP뉴시스

애플이 아이폰 액정 교체 등 일부 고장에 대해 순정 부품을 판매해 직접 교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비용과 3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에 따르면 애플이 이날부터 순정 부품을 판매하는 셀프수리 인터넷 사이트를 열었다.

애플은 해당 사이트에서 아이폰의 나사,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SIM 카드 트레이와 같은 200개의 개별 정품 부품과 수리 도구를 제공한다. 현재 판매되는 부품은 아이폰12와 아이폰13과 아이폰SE(3세대) 용이다. 애플이 일반 고객과 일반 수리업체가 정품 부품을 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순정부품을 사서 고치는 비용과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는 비용이 거의 차이가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아이폰12 미니의 화면이다. 깨진 아이폰12 미니 화면을 셀프 교체하려면 애플 셀프수리 사이트에서 순정품 화면을 225.96달러(약 28만6000원)에 구매해야 한다. 이는 현재 우편 발송을 통해 애플 서비스센터에서 화면 교체하는 비용(229달러)과 3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이다.

이밖에 셀프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나 장비 가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이폰의 나사못 하나 가격은 19센트이고, 수리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1주일간 빌리는 비용은 49달러다. 특히 애플은 셀프 수리 도중 문제가 생긴 제품에 대해선 전화 등을 통한 기술적 지원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 등 자사제품 수리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왔다. 애플이 승인한 정식 수리 서비스를 받으려면 애플스토어나 공인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당연히 비용도 일반 사설 수리점보다 비싸다. 특히 사설 수리 시설에서 수리를 받거나 직접 분해해 수리할 경우 보증기간을 무효화하는 등 불친절한 서비스 규정 탓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유저들 사이에서 '수리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고 의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기업이 고객에 셀프 수리를 허용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편 애플은 미국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더 많은 국가에 셀프 수리 온라인 상점을 열고, 맥 컴퓨터 등도 셀프 수리할 수 있도록 설명서와 부품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