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세계 최대 식용유 생산국
오락가락 정책에 팜유 가격 롤러코스터…10% 폭등
군함까지 동원해 수출 통제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식용유와 팜유에 대한 수출 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글로벌 식량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 금지 항목이 팜유 원유(CPO)와 RBD 팜유, 사용된 식용유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책은 28일부터 국내 식용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지속한다”고 밝혔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무역부는 식용유 원료인 RBD 팜올레인에 대한 수출만 금지하기로 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식용유 수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국가로, 식용유에 쓰이는 팜유에 있어서도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도네시아 식용유 소매가가 올해 들어 40% 넘게 오르자 당국은 식용유와 팜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1월에도 식용유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팜유 수출업자가 선적 허가를 받고 판매할 팜유 양을 신고할 것을 명했다. 당시 6개월간 허가제를 시행한 후 상황을 살피겠다고 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강도 높은 금지 조치로 전환했다.
거듭되는 제한 조치에 500억 달러(약 63조 원) 상당의 팜유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팜유 선물 가격은 지난달 톤당 7000링깃(약 203만 원)을 돌파한 후 이달 초 5756링깃까지 급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다시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현재 7000링깃 선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수출 금지 대상 품목 확대 소식에 이날 팜유 가격은 장중 변동폭 한도인 10%까지 폭등했다. 팜유의 경쟁 상대인 콩기름 가격도 시카고 시장에서 4% 급등했다.
당국의 제한 조치에 당분간 식용유와 팜유 가격 상승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밀과 옥수수 등 다른 식량 가격도 치솟고 있어 식품 위기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2.6%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만주르트레이딩의 압둘 하미드 이사는 “이제 식용유 부족 사태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식품 가격이 새로운 강세장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자국 농작물에 의존해야 하고 이에 식량 보호주의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군 함정까지 동원해 팜유의 불법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정부는 무역 흑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국내 수요가 충족되면 수출 금지를 철회할 것”이라며 “우선은 자국민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