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앱 번역기의 오류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불러왔다.
30일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35)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A씨는 2021년 5월 같은 직장 여성 동료 B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B씨는 A씨와 같은 국적으로 한국인 남편 C씨와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A씨에게 B씨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B씨가 A씨에게 자신의 남편 C씨를 소개했고 이들은 함께 술자리를 가질 만큼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사건은 술자리에서 발생했다.
같은 해 9월 이들은 한 주점에서 술을 마셨고 이 자리에는 다른 중국인 지인 2명도 함께였다. 유일하게 한국인이었던 C씨는 휴대전화 앱 번역기로 이들과 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앱을 통해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랑 같이 놀자”라고 말했고, 앱은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아가씨랑 놀자’라고 오역했다.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부로 오해한 C씨는 “나 와이프 있다. 왜 아가씨를 찾느냐”라며 A씨와 다툼을 벌였다.
다툼 중 A씨는 C씨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했고, 평소 호감이 있던 B씨 앞에서 폭행당했다는 사실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 결국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 몇 시간 뒤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해 목과 복부 등 13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A씨는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C씨를 끝까지 쫓아 범행했고, 이를 마친 뒤에는 인근 지구대로 향해 자수했다. 이후 살인죄로 기소되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3차례 흉기로 찌르는 등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라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라며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