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경련 "100대 기업, 실적 회복에도 현금 확보만 주력"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2018~19년 누계)과 이후(2020~21년 누계) 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후 100대 기업의 매출액(1666조5000억 원)과 영업이익(130조 원)은 코로나 이전 대비 각각 5.8%, 5.9%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98개사의 매출액(1228조4000억 원)은 코로나 이전 대비 3.7%, 영업이익(60조8000억 원)은 43.4% 증가했다.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20대 기업 중 18개 기업만 놓고 봐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795조4000억 원으로 5% 늘었고 영업이익은 32조5000억 원(97.5%)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코로나 이후 매출액은 366조1000억 원(12.5%↑), 영업이익은 52조5000억 원(9.1%↓) 이었다. SK하이닉스도 매출액은 72조1000억 원(9.9%↑), 영업이익은 16조7000억 원(26.1%↓)을 기록했다.

100대 기업의 투자(금융투자를 제외한 유·무형자산)는 149조2000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8.6%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63조9000억 원을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머지 98개 기업의 투자는 오히려 11.4% 줄었다. 특히 18개(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제외) 기업 투자를 보면 13.6%나 더 줄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에도 우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투자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기계 22.9% △전기·전자 18% △정보·통신 14.4% △의약품 8.3% 등 비대면 수혜를 누린 업종은 투자가 증가했지만 △유통 △운수·창고 △음식료 등 대면 관련 업종의 투자는 20~150%가량 감소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 확대된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호실적에도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봤다.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총 104조1000억 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6.6%(14조8000억 원) 늘었다.

코로나 이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6000억 원으로, 투자(189조1000억 원) 및 배당·이자 등(59조5000억 원)으로 지출한 현금 248조6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2021년 말 기준 100대 기업 총차입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조7000억 원(9.7%) 증가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지원·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