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지갑] 어린이날 선물도 격세지감...‘카봇’ 대신 ‘손오공 주식’

입력 2022-05-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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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장난감 가게에 가면 장난감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도 함께 판다. 예컨대 ‘헬로 카봇’과 함께 손오공 주식도 함께 사줄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삼성전자의 48회 정기 주주총회에선 12살 어린이 주주가 참석해 화제가 됐다. 이 어린이는 용돈을 모아 2주를 산 후 생애 첫 주총 현장을 찾았다.

주식 투자자들이 늘면서 어릴 때부터 주식 투자 습관을 길러주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주식이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은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미성년 주식 투자자 증가세

당장 월평균 미성년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어린 나이에 투자를 경험하게 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까지 미성년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총 29만1080건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3만6385건으로 전년도 월평균 건수(7778건) 대비 368% 급증했다.

주식계좌가 증가하면서 예수금 총액도 함께 늘어났다. 미성년 주식계좌의 예수금 총액은 매월 344억 원씩 늘어나 지난해 8월까지 2751억 원 증가해 2020년 동안 늘어난 예수금(370억 원) 총액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40만 건 이상의 미성년 주식계좌가 새로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며, 예수금도 계속 증가세로 예측된다.

미성년 주식계좌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열풍이 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성년 주식계좌는 코로나19 범유행을 공식화 한 2020년 3월부터 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신규 계좌개설 건수는 1만9777건이었지만 3월에 4만2926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미성년 주주 수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2021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에서 연령대별로 20세 미만 주주는 전체의 4.8%인 65만6340명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비중이 1.8%포인트 늘었다.

어린이 주식 계좌 개설, 어떻게 하나요

이렇게 주식 투자에 나서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에 금융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돈과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어린이날 선물과 장난감을 선물하기보다는 주식 한 주를 사주는 것도 좋은 경제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내 아이가 투자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식투자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식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나 법정대리인이 동행해야 주식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준비물은 부모(법정대리인)의 신분증과 자녀의 도장, 아이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자녀 이름으로 된 통장 등이다.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된 상세 증명서이어야 하며, 발급일로부터 3개월을 넘기면 안 된다.

준비물을 다 갖췄다면 증권회사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최근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이 일반화됐지만, 부모 동의가 필요한 미성년자는 증권사나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증권사 지점이 너무 멀다면 자주 사용하는 은행에 가서 은행 연계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몇몇 은행은 해당 은행이 계열사로 보유한 증권사 계좌만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방문할 은행이 원하는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 주는지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증여세도 고려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명의로 펀드 계좌에 납입한 금액은 일정 한도 내에선 세금 납부 없이 증여가 가능하다. 면제는 10년 단위로 2000만 원이 한도다. 이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 자금 등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투자하기에도 적합하다.

공제금액을 고려하면 태어나자마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최대 4000만 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이후 발생한 가치 상승분은 증여세가 붙지 않는다.

직접투자 어렵다면 간접투자도 'OK'

주식 투자를 처음 하면 얼마를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 있다. 이럴 땐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도 한 방법이다.

한국투자증권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펀드’ 설정액은 253억7500만 원 수준으로 설정액 10억 원 이상 어린이 펀드 가운데서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다. 지난달 1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114.2%로 같은 기간 설정액 10억 원이 넘는 전체 어린이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69.62%를 크게 웃돌았다.

투자신탁자산의 60% 이상을 가치투자 운용 철학에 따라 주로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한다. 저평가된 종목과 성장 잠재력을 지닌 종목에 집중 투자해 장기 복리 수익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어린이펀드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장기 펀드수익률을 보면 최근 5년간 기간수익률(4월 25일 에프앤가이드 기준) 상위 펀드(레버리지 상품 제외)는 △HDC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154.01%)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150.22%) △다올KTBVIP스타셀렉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148.92%)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2(143.38%) 등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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