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우려·시장 경쟁력 저하 속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최첨단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칩 생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을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 추진을 위한 공식 문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양국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도 구축할 계획이다.
두 나라가 협력하기로 한 2나노 칩은 대만 TSMC가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미국 IBM은 아직 양산 체제는 구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시제품을 공개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도쿄일렉트론과 캐논 등 일부 업체가 2나노 칩 관련 제조용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나노미터 앞에 붙은 숫자가 작을수록 정밀한 기술이다.
양국은 각각 기술과 소재라는 장점을 살려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체 공급망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양국 장관이 발표할 협력안에는 2나노 칩 양산이나 인텔이 보유한 차세대 칩렛 기술에 대한 협력이 그 중심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90년대 당시 5조 엔(약 49조 원) 규모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으나 현재 50조 엔 규모로 급성장한 시장에서 점유율이 10%로 추락할 정도로 위축된 상태다. 미국 역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사이 양산 측면에서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게 됐고 수급 문제가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그간 일본은 반도체 수급 안정화를 위해 TSMC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 생산기지를 규수 지역에 유치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10~20나노 급으로 최첨단 반도체는 아니다. 최첨단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초점을 맞춘 이번 미국과의 협력은 TSMC 생산기지 유치를 통한 반도체 공급 확보를 넘어 한국과 대만을 추월하기 위한 다음 스텝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일 움직임에 대해 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미국이 자국에 한국 공장을 유치하고 일본과도 협력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미국 통령이 반도체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이달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