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슬로우 모션으로 부서지는 걸 보는 것처럼 그의 퇴보는 우리 앞에서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 신문 제이스저널은 지난 달 29일(한국시간)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최근 부상과 성적 부진이 계속된 그를 망가져가는 기차에 비유한 것이죠.
심지어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여전히 블루제이스의 간판선수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며 그의 경기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국내외에서 ‘코리안 몬스터’로 불리는 그인데, 이처럼 해외 야구 전문지들이 류현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2019년 12월 ‘4년 8000만 달러(약 1014억 원)’ 계약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했습니다. 당시 그의 팀 내 입지는 말 그대로 ‘에이스’였습니다. 실제 이적 후 토론토 개막전 선발 투수 자리는 늘 류현진의 것이었죠.
이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해 후반기부터입니다. 2021시즌 전반기 때만 해도 류현진은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5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무난히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후반기 14경기 평균자책점이 5.50까지 치솟으면서 극심한 기복을 보였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4점대 평균자책점도 기록해본 적 없었던 그에겐 실망스러운 시즌이었습니다.
류현진의 시련은 계속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11일과 17일 열린 2022시즌 첫 두 경기 선발에서 겨우 7.1이닝을 던지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모두 조기 강판 당했습니다. 당시 그의 평균자책점은 13.50에 달합니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류현진은 두 경기를 치른 이후 왼쪽 팔뚝에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왼쪽 아래 팔뚝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던 셈입니다.
블루제이스와의 계약 만료까지는 2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부상과 성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다 보니 그의 활약을 기대했던 블루제이스와 팬들에겐 걱정될만한 상황이죠.
실제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류현진의 직구 최고 속도는 90.2마일(약 145㎞), 평균은 88.7마일(약 143㎞)입니다. 과거에 비해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첫 등판이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91.5마일(약 147㎞), 평균 90.1마일(약 145㎞)이었던 것보다도 낮아진 수치입니다.
게다가 류현진의 최대 강점인 ‘칼날 제구’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도 많습니다. 최근 무뎌지는 제구력에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2021년 마지막 10경기에서 46이닝 동안 38실점 했고 홈런도 10개나 맞았다”며 “이번 시즌 초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류현진의 부진한 성격이 ‘자연스런 퇴행’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나이가 든 모든 투수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이징 커브(노화로 인한 급격한 기량 하락)'에 접어들었을 뿐, 복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류현진은 올해 35세입니다. 메이저리그 평균 은퇴 연령이 29~30세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장수한 선수 축에 속합니다.
류현진에게 지난달은 ‘잔인한 4월’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재활과 회복에 집중해온 그는 이제 복귀가 임박했습니다.
1일 그는 라이브 피칭을 하며 순조롭게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습니다. 오는 8일(한국시간)에는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인 버펄로 바이슨스에서 투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날 류현진이 합격점을 받으면 곧바로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토론토의 에이스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게 될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