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활동인구 줄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주택공급 감소…2012년 고비로 상승세
이 전망은 처음에는 들어맞는 것 같았다. 2006년을 기점으로 미국 부동산시장은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후 미국 부동산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했다. <그림1>에 잘 나타나 있는 것처럼, 미국의 생산활동인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실질 부동산 가격은 2012년을 고비로 상승하고 있다. 참고로 생산활동인구란 15~64세 연령의 사람들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이들이니, 생산활동인구의 감소는 곧 은퇴인구의 증가로 연결된다.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미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난 이유는 무엇이며, 또 2006년부터 시작된 부동산시장의 불황은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까?
2006년 미국 부동산시장은 왜 무너졌는가?
2000년대 중반 미국 부동산시장이 무너졌던 이유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목소리를 통해 알아보자. 참고로 그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2년, 미국의 조립주택업체 클레이턴을 인수하면서 부동산과 건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3년 5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다음과 같이 투자의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는 클레이턴 인수를 통해서 대규모 조립주택 금융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클레이턴도 다른 동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고객에게 제공한 대출금을 증권화했습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는 이익을 서둘러 실현할 필요가 없고 대차대조표도 매우 건전하므로, 대출자산을 증권화하는 것보다는 계속 보유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클레이턴은 대출자산을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일종의 금융사기극
그가 인수한 조립주택 건설회사 클레이턴은 집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등 사실상 부동산금융 회사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부동산시장을 낙관하지 않았다면 조립주택 건설회사를 인수할 리 없었을 테니, 금융 사업까지 떠맡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08년 5월 주주총회에서 발표한 주주서한, 다시 말해 금융위기 직전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부동산 구입에는) 어느 정도의 계약금이 필요한데도 이를 무시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속임수가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고객들은 잃을 게 없다는 이유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금액을 매월 상환하겠다고 약정했습니다. 이렇게 이루어진 담보대출을 월스트리트 회사들은 증권화해서 순진한 투자자들에게 팔았습니다. 이런 연쇄범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실패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고객들에게 잔뜩 대출해 준 다음, 이를 다시 쪼개서 고객들에게 팔아 치우는 일종의 금융사기극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그해 가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을 경험했고, 부동산 가격도 고점에서 거의 30% 이상 폭락하고 말았다.
주택 공급 확대·축소 사이클 반복
그런데 왜 미국 부동산시장은 2012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을까? 그 이유는 바로 주택 공급의 감소에 있다. 일본이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주택 공급 감소를 계기로 도쿄와 오사카 등 핵심지역 부동산시장이 반등한 것처럼, 미국 부동산시장도 주택 공급의 감소가 국면 전환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림 2>는 이 관계를 잘 보여준다. 금리 인하와 경기회복 영향으로 주택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때 건설업체는 새 집을 짓기 시작하고, 주택시장은 붐을 경험한다. 그러나 주택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많아지면, 결국 주택시장은 무너진다.
2006년부터 시작된 주택시장의 조정은 결국 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이 시장 수요 이상의 집을 공급한 영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2002~2007년 미국의 연평균 신축주택 공급은 179만 호에 이르렀는데,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 주택 공급 126만 호를 거의 50만 호 이상 웃도는 것이었다. 6년간 지속적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니 점점 매물이 쌓이고, 또 신축주택 가격이 떨어지며 기존 주택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주택공급, 급격히 감소하다!
이어 2012년부터 주택시장이 회복된 이유는 바로 2008년부터 시작된 강력한 주택 공급 감소 때문이었다. 2012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다음과 같이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펼친다.
“주택 경기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말은 믿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중략)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는 역전되었습니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략) 현재 주택 건축 착공은 연 60만 건이어서 가구 증가 수보다 훨씬 적으므로, 이제는 주택 구입이나 임차가 증가하면서 과거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습니다.”
시장 수요 맞춰 신속한 공급 조정이 관건
2000년대 중반의 일본, 그리고 2010년대 초반의 미국 사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주택시장의 경기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공급’이며, 공급이 시장의 수요에 맞춰 신속하게 조정되는 것이 주택시장의 불황을 해소하는 관건이라는 사실 말이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속하게 주택 공급이 줄어든 반면, 일본은 1990년 주택시장 붕괴 이후 10년 넘게 주택 공급이 늘어난 것이 두 나라의 경제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미래를 갈라놓았던 셈이다.
다음 기고에서는 미국 주식시장과 인구 변화의 관계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