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는 ‘개미 필패’(必’敗)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사실 우스갯소리는 아니죠. '필패'할 수 밖에 없는 개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오랜기간 개미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싸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현상이 명품 시장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판매량을 늘리는 식으로 수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까르띠에의 가격 인상 소식입니다. 최근 인터넷 명품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까르띠에가 9일부터 시계와 액세서리 등 일부 제품 가격을 4~5% 가량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게다가 까르띠에의 ‘입문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탱크머스트’가 단종 된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까르띠에 매장에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소문의 근원은 까르띠에의 전담 셀러들입니다. 까르띠에는 셀러들을 통해 이번 가격 인상 소식을 일부 VIP 고객에게만 귀띔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해당 고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상 소식을 공유하면서 ‘가격 인상설’, ‘단종설’ 등으로 소문이 확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일부 명품 회사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소수 고객에게만 정보를 제공하면서 얼마나, 어떻게 가격이 변동할지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이 ‘오르기 전에 사야한다’는 심리를 갖고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결국 구매 심리로 이어져 브랜드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오픈런이 없기로 유명한 까르띠에 매장이 가격 인상설 이후 북새통을 이룬 것만 봐도 예상이 가시죠.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등을 보유한 리치몬드코리아만 해도 지난해 863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정보 비대칭성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적절한 방식인지는 논란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여전히 이 같은 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샤넬 핸드백만 해도 지난 30년간 평균 6.5% 올랐습니다. 이는 미국 물가상승률인 2.3%의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심지어 최근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은 약 10%로, S&P500지수 상승률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보단 구매 욕구가 더욱 치솟고 있죠.
이에 명품이 오히려 투자 아이템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가격 인상이 계속되다 보니, 소장 가치가 있는 명품이라면 향후 되팔 경우 차익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3대 명품으로 구분되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가 대표적입니다. 샤넬 핸드백 리셀은 워낙 유명해서 ‘샤테크’(샤넬과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로 불리기도 하죠.
실제 명품 리셀은 증시보다 투자 수익률이 나은 부분도 있긴 합니다. 지난 10년간 런던증시의 FTSE지수 수익률은 각각 39%였는데, 버킨백 가격은 같은 기간 108% 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