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리퍼브매장 '리팡' 가보니…"물건 고르다 보니 개미지옥이 따로 없네요”

입력 2022-05-09 05:00수정 2022-05-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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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팡 서울 상봉터미널점 입구. (김혜지 기자 heyji@)

서울 상봉터미널역 인근은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홀세일 등 ‘공룡 마트’들이 줄지어 있다. 이들 대형마트와 도로 하나를 두고 당당하게 자리한 중소형 매장이 있다. 중고물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들여 저렴하게 파는 리퍼브 매장 ‘리팡’이다.

6일 찾은 리팡은 입구에서부터 '못난이 농산물' 리퍼브 식품이 고객을 맞았다. 외부 매대 상자에 한가득 담긴 수박들은 겉면에 상처가 났을 뿐 크기도 보통의 수박들과 다름없었다. "못난이 수박이지만, 당도는 최고" 박스 팻말 앞에서 70대 노인이 수박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마땅한 물건을 골라 카트에 옮겨 담았다.

▲리팡 가공식품 매대. (김혜지 기자 heyji@)

리퍼브는 재단장을 뜻하는 리퍼비시(refurbish)를 줄인 말로 기능상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약간의 흠집이 있는 상품을 정상가 대비 최대 60%까지 할인하는 매장을 일컫는다. 소위 '새 것'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대부분의 리퍼브 매장은 가전, 가구 등 공산품이나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리팡은 전체 매장의 80~90%가 식품 매대일 정도로 주 종목이 먹거리다. 유통매장에서 유통기한 내 판매되지 못한 상품은 폐기해야 하는데, 폐기 시 처리비용이 상당하고 이는 곧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유통기한 내 판매되지 못한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콘셉트가 핵심 경쟁력이 된 리팡은 인천 구월 1호점에 이어 일산 주엽, 상봉터미널역점까지 차례로 문을 열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리팡 신선식품 매대. (김혜지 기자 heyji@)

100여평 규모의 리팡 상봉점은 ‘없는 게 없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취급 물품이 다양했다. 코로나19 이후 유행한 밀키트 가정간편식 등 냉동ㆍ냉장 간편식은 물론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올리브유 등과 같은 가공식품이 매대에 한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도 즐비했다. 매장에서 만난 30대 중반 여성은 “오늘자 식품이 입고됐다고 문자가 오면 수시로 들른다”라면서 “가격이 무척 싸고 구색이 다양해서 이것저것 집다 보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개미지옥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 물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대신 가격이 시중가보다 70~80% 저렴했다. 이날 판매한 신선식품의 경우 파 한 단 1000원, 모둠쌈, 깻잎류가 1000~2000원대였다. 대형마트 PB상품으로 나온 밀키트나 레스토랑 밀키트도 1만 원대를 넘지 않았다.

매장에는 주부, 가족 단위 못지않게 10~20대 '나 홀로' 손님들도 많았다. 중고 명품,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가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실속, 가성비 가치관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0대 여성 김 모 씨는 "호박 1개, 야쿠르트 1개, 레몬 10개를 샀다"라면서 "채소, 과일 보관이 1인 가구에는 참 어려운데, 낱개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여기만한 데가 없다"고 했다.

▲리팡 요거트 제품 매대. (김혜지 기자 heyji@)

젊은 고객층을 겨냥했을 법한 유기농 그릭요거트나 ‘버터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라꽁비에뜨 버터 등 이색적인 먹거리도 판매중이었다. 유통기한은 구매일로부터 1~2일로 몹시 짧지만 정상가가 개당 7000~8000원인 고급 그릭요거트는 거의 반값에, 버터는 개당 500원일 정도로 저렴하다.

내년 1월 1일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지휘 아래 '소비기한 표시제'가 본격화할 경우 이 매장은 인기는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리팡은 매장 곳곳에 "유통기한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종일이며, 소비할 수 있는 최종기한인 '소비기한'과 다르다"라면서 "적절히 보관된 대부분의 식품은 유통기한 이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안내문을 내걸고 식품별 소비기한을 상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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