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가속화에 1300원 돌파 우려...정부 또 구두개입 가능성↑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속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급등하고 있다. 다시 1270원 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이 자칫 1300원 대로 치솟을 경우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 상승을 더 부추겨 서민들의 살림 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66.3원)보다 6.4원 오른 1272.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28일 1272.5원을 기록한 이후 다시 1270원대로 치솟은 것이다.
5일(한국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0.75∼1.00%로 50bp(=0.05%포인트) 인상하고 내달부터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QT)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된 이유다.
미 연준은 자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 금리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상하이 봉쇄령으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매입에 돈이 몰리는 것도 환율 급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무역적자세도 환율 급등을 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은 2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2개월째 적자세를 이어갔다. 전달(-1억1500만 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5억4500만 달러 더 늘었다. 갈수록 벌어들인 돈(달러)보다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생산 증대 등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중간재 수입액 급증이 무역적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긴축통화 정책, 중국 경기 둔화, 무역적자가 가속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 1300원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가 34.4% 상승했고, 가공식품·외식 등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당분간 물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 원유 등 수입 물가 급등이 확대될 수 있다. 기업들이 원유 등 수입제품을 결제하기 위해선 달러가 필요하다. 고환율 상황에서 원화를 더 들여 달러로 바꿔야 하는데 이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분이 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이 지난달 28일에 이어 또 다시 환율 안정화를 위한 구두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 경제팀을 이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변동성이 심할 때는 외환 당국자로서 당연히 시장 안정과 관련된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