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노인우울증, 치료약은 대화

입력 2022-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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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35년을 가족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아온 70대의 조모 씨, 할아버지는 요즘 절망감으로 하루에도 열두 번 “죽고 싶다, 생을 마감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가족 찾기를 통해 어렵게 딸을 찾았지만, 딸이 만남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탓이다. 35년간이나 연락도 얼굴 한 번 본적도, 무엇보다도 부모 노릇 제대로 한 적이 없기에 단번에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자식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찾아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던 터라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수면제를 모았다고 했다. 한 병 가득한 양이었다. 할아버지께는 잘 말씀드려 일단 수면제를 수거해 오기는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로움이 커지기 쉬운 5월인지라 걱정이 앞선다.

가정의 달 5월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날이 많아 따뜻함과 행복함을 연상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에 우울감이 더해지고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다고 한다. 핵가족화, 고령화 추세의 가속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쓸쓸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이들은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0년 기준 853만7000명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도 473만2000가구에 달했다. 홀로 사는 노인도 166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중 무려 35.1%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문제는 가족이 있어도 독거노인 상당수가 가족과 왕래 없이 고립된 채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가족과의 거리는 더 벌어졌고 그로 인한 고립감과 외로움은 고스란히 홀로 사는 노인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고립감과 외로움이 깊어지면 우울증이 된다. 노년기 우울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노년층 자살률이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60대 32.9명, 70대 48.9명, 80대 이상 69.8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대 5.8명, 20대 17.6명, 30대 27.5명, 40대 31.5명, 50대 33.4명보다 높은 수치로 노인자살률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한다.

노년기에 우울증은 흔한 질환이지만 예방이 가능하다. 가장 좋은 약은 대화라고 한다. 관심을 갖고 외롭지 않도록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도 있듯이 우리 곁에 계실 때 잘하자.

김현주 서울 강서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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