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에 관심이 높은 2030세대가 미술품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면서 유통업계도 '아트테크(예술+재테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통업체마다 유망한 작가의 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0일부터 부산에서 대규모 아트페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0일에 있을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4일까지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 진행되는 ‘롯데아트페어 부산’에는 국내외 유명 갤러리 12곳과 30여 개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등이 참여한다.
이번 아트페어는 롯데백화점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소규모의 아트페어를 연 적은 있지만 수 많은 갤러리와 작가가 동시에 참여해 대형 공간에서 여는 전시는 이번이 최초다. 이를 위해 부산 지역 최고급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 4층에 약 520평의 대규모 행사장을 마련했다.
행사 규모만큼이나 전시 콘텐츠도 최고 수준으로 준비했다. 메인 행사장인 330평 규모의 그랜드 볼룸에는 국내외 12개의 유명 갤러리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아시아 최대 화랑 ‘탕 컨템포러리 아트’와 싱가포르의 현대 미술 갤러리 ‘해치 아트 프로젝트’ 등도 참여해 품격을 높였다. 이 밖에도 ‘롯데갤러리’, ‘인터아트채널’, ‘갤러리 아트링크’, ‘두손’ 등이 참여했다.
서울신라호텔도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와 손잡고 ‘오픈 유어 아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독일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있는 ‘페레스프로젝트’는 2002년 처음 설립돼 독특하고 신선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갤러리다.
‘오픈 유어 아트’ 패키지 이용객에게는 서울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의 다쿠아즈 패키지에 ‘페레스프로젝트’의 전속 아티스트 ‘도나 후앙카(Donna Huanca)’의 작품을 입힌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이 제공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 서울옥션 지분 4.8%를 사들이며 미술품 사업에 본격 발을 담갔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목적에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을 추가하는 등 미술품 경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신세계 강남점 본관 1층과 2층 사이 중층 메자닌 공간에는 신세계 갤러리를 오픈하고, 지난달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 20여점을 모아 전시·판매를 진행했다.
SSG닷컴은 지난달 25일 회화·공예품과 각종 오브제 등 관련 상품만을 따로 모은 ‘아트&크래프트 전문관’을 신설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예술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동탄점 갤러리에서 열렸던 ‘이머징 아티스트’ 전시에서는 ‘이슬로’ 작가의 작품 전부가 전시 시작과 함께 완판됐으며, 현재 잠실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참새’ 개인전은 오픈 3일만에 작품의 절반 가량이 동나는 등 MZ세대 취향 저격 전시들은 반응이 폭발적이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3일 모바일TV ‘엘라이브’에서 선보인 김지희 작가의 작품은 ‘실드 스마일’ 시리즈 원화 2점과 트렁크 10점 등 총 12점이 방송 시작 1분 만에 모두 완판됐다. 900만원 대 고가 제품도 오픈과 동시에 판매됐으며, 작품들을 구입한 고객의 절반이 MZ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3일에는 ‘돼지’를 작품의 핵심 소재로 하는 팝 아티스트 한상윤 작가의 작품 중 원화 6점과 ‘모던 타임즈’ 한정판 판화 100점이 방송 시작 5분 만에 첫 원화 작품이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600만 원 대 고가 작품을 포함해 원화 6점이 완판됐다.
특히 아트테크에서도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맞춤형 행사와 함께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발행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보현 롯데홈쇼핑 미디어사업부문장은 “미술품이 젊은 고객들에게 단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취미이자 경험,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 자산으로 각광받으며 문화 예술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지속 선보이는 한편, 문화복합공간 콘셉트의 모바일 컬처 전문관을 통해 문화 콘텐츠 기획, 미술품 NFT 발행까지 예술가와 콜렉터간 컬처 소통 채널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