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침공을 나치즘 대항으로 왜곡...군국화로 얼룩진 전승절

입력 2022-05-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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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붉은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승절 연설을 놓고 전 세계적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나치즘에 대한 대항이라며 정당화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에 대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강조하고,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국경 옆에서 위협을 불러일으키며 러시아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리의 책무는 세계전쟁 공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손을 쓰는 것”이라며 "러시아 병사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에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5월 9일은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격랑 속에서 러시아가 주요 서방국들과 함께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해 독일 나치 정권의 유럽 침략을 물리치며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날.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이면 ‘전승절’을 기념해 대규모 군 열병식으로 승리를 자축하고,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기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2월 24일 공격 이후 2개월여에 걸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급급했다. 주권국가를 일방적으로 침공해 놓고선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군사 퍼레이드에는 핵전쟁을 연상시키는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핵무기를 위협으로 사용하는 것이 국제 사회에 혐오감을 주고 자국을 불리한 입장에 몰아넣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가 나치즘으로 러시아를 위협했다면, 이날 푸틴은 자국의 승리를 축하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했다며 승리 선언을 했어야 하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동부를 중심으로 지배 지역을 일부 확대하는 데 그치면서 전과를 어필하지도 못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망자는 1만5000명 이상에 달한다.부상자도 다수여서 전투능력은 떨어진 지 오래다. 우크라이나 측 사망자도 수만명 단위에 이른다고 보여지지만, 강한 저항으로 버티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이 무기와 군사 정보를 적극 제공하는 등 서방 세계의 강한 결속에 러시아는 사실상 고립됐다. 이대로 전투를 계속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에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 사회는 푸틴이 침공 실패를 인정하고 즉각 군 철수를 명령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종전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8일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경제 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도 계속되고 있다. 철저한 정보 통제와 탄압으로 개인의 자유는 억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러시아는 소련 시대 이상으로 고립돼 경제도 사회도 폐색감이 짙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CNN의 닉 로버트슨 외교담당 편집자는 “푸틴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향후 러시아의 계획을 거의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전투지역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닌 돈바스라고 언급한 점에 강한 인상이 남았다”며, “연설에서 러시아가 전투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인 막심 트루돌뤼보프는 “푸틴 정부가 러시아 사회를 점차 군국화하기 위해 전승절을 사용했으며 정치적 구호를 넘어 상상적인 재연을 물리적 탱크와 총, 군대를 가진 실제 공격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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