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주요 기관 중 유일하게 주주 선임 감사 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중심의 지배구조를 견제하기 위해 제안한 감사 후보에 반대한 것이다.
11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월 31일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정기주주총회에서 곽준호 감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자산운용은 SM의 지분 1.32%(31만3100주)를 갖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대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자본시장 인식으로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곽준호 전 KCF테크놀러지스 경영지원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 후보로 제안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을 한 배경은 SM과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의 관계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의 최대 주주인 이 총괄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으로 회사 이익 상당수를 가져갔다고 판단했다. 실제 라이크기획은 SM 상장 이후 프로듀싱 서비스 대가로 SM에서 약 1500억 원을 받았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이 JYP, 하이브보다 최근 5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부진한 이유도 이 총괄 프로듀서의 라이크기획 탓으로 봤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 따르면 SM의 최근 5년 평균 ROE는 3.3%이나, 하이브와 JYP는 각각 47.7%, 22.9%다.
또 이들은 이 총괄 프로듀서가 SM의 임원이 아닌 외주 프로듀서로 돼 있어 보수를 결정하는 데 주주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박진영 JYP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은 회사 임원으로 등재돼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결정된다. SM과 라이크기획의 문제는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출액의 6%, 영업이익의 50% 상당을 이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연금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등 복수의 기관들은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감사 선임안에 찬성했다. 국민연금(SM 지분 6.16%)은 “곽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 가치 증대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밸류자산도 “(현재 SM은) 내부 지배구조 체계의 후진성과 불투명성으로 인해 경영진의 업무 집행 및 지배 주주에 대한 적절한 감시, 견제가 이뤄지도록 감사 제도가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주주 제안은 회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해소하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의결권행사 원칙에 대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기반해 장기투자 관점(에서 한다)”며 “안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추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타 기관들과 ‘기업 가치 제고’를 의결권 행사 방향으로 설정한 건 동일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편 곽 감사 선임안은 기관 투자자를 비롯해 개인 투자자 등 유효의결권 중 81%의 찬성표를 받으며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