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왜 푸틴을 '걱정'하기 시작했을까

입력 2022-05-1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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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77주년 전승절 기념식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푸틴, 출구 못찾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걱정’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왜 푸틴을 걱정하기 시작했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구소련의 정보기관인 KGB 출신의 푸틴이 계산적 기질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경고를 곱씹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무사히 넘긴 케네디는 당시를 회고하며 핵 강대국들은 상대가 '굴욕적인 후퇴' 혹은 '핵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 보유국 사이의 갈등에서 상대국이 핵에 손을 댈 정도로 벼랑 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굴욕적이지 않은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소련이 미국과 인접한 쿠바에 핵 탄도미사일을 배치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내몰린 사건을 말한다.

전 세계가 핵전쟁 공포에 휩싸였던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총리가 체면을 구기지 않고 물러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흐루쇼프에게 망신을 주지 않고 소련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며 소련이 중요하게 생각한 국가안보나 국익 때문에 대응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했다"고 적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이 60년 전, 소련과 미국의 극한 대치와는 차이가 있지만 푸틴 역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략적으로 실패했고, 서방의 막대한 무기공급과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가로막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굴욕적 후퇴 혹은 핵전쟁

현 상황에서 푸틴의 출구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단결이 러시아를 능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는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선택지다.

서방의 공격적인 대응, 푸틴이 벌인 소모전의 느린 진척, 외교적 해법이 부재한 모든 환경이 결국 러시아 지도자를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미국 고위 인사들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모욕적으로 패배하느니 전술 핵무기를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장 핵 카드에 손을 댈 조짐은 없다고 해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자체가 기우는 아니라는 평가다. 푸틴은 대량 살상에 죄책감이 별로 없는 무자비한 지도자로 정평이 났다. 체첸 도시를 파괴했고 시리아에서 민간 지역을 폭격하는 등 ‘전쟁범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푸틴은 영국에 있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해 방사성 물질과 신경 작용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핵 보유국 러시아를 상대로 굴욕적인 후퇴가 아닌 출구를 제공하는 일도 쉽지 않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거나 정부를 전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정상적인 국가로 기능할 수 없도록 막대한 인적, 물적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0일 의회에 출석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의 야망과 우크라이나 상황이 불일치할 경우 그는 벼랑 끝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푸틴의 출구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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