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엔비디아·알파벳 다시 담고…넷플릭스도ㆍ쿠팡도 ‘줍줍’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7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 개인투자자)들이 저점매수에 나섰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미국주식을 136억1280만 달러어치(약 17조5400억 원) 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1억400만 달러)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서학개미는 기술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최근 한 달간 나스닥 지수는 15% 하락했는데, 주가가 바닥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 모은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들이 한 달 새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테슬라’로, 6억3840만 달러(약 823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올해 1월과 2월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각각 2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테슬라가 900달러를 밑돌자 3월부터 개인은 1200억 원어치 팔며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1000달러를 웃돌던 테슬라 주가는 하락세가 짙어지며 734달러까지 내려왔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루시드’(순매수 상위 11위·3707만 달러)도 상위권에 올랐다. 루시드는 사우디에 전기차 10만 대 공급, 에어 세단 예약 3만 건 돌파 등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달 전 2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현재 13.86달러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절반 가까이 빠지자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개인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루시드와 함께 미국 전기차 ‘트로이카’로 불리는 ‘리비안’(17위·2676만 달러)도 서학개미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최근의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흐름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기술주 중심에 낙폭이 큰 기술주와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의 기술주를 같이 순매수하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은 최근 한 달간 양자컴퓨터 개발기업 ‘아이온Q’(6위)를 1억1180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아이온Q는 양자컴퓨터 회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 상장됐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투자한 기업으로도 알려지며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춤해졌지만, 앞으로의 대세 산업으로 떠오른 메타버스 분야 종목도 서학개미들의 먹잇감이다. 서학개미는 메타버스 대표기업인 ‘로블록스’(21위)를 2326만 달러어치 사 들였다.
코로나19 수혜로 주목받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넷플릭스’(7위·7607만 달러)와 ‘쿠팡’(16위·2680만 달러)도 서학개미의 좌표에 찍혔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수 급감으로 주가가 휘청거렸다. 한달 전 300달러대였던 주가는 166달러까지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부터 1200만 명대를 유지하다 올해 4월 1153만 명으로 줄었다. 가입자 수 감소는 회사 창립 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서 4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든 쿠팡은 지난해 3월 상장 당시 종가 49.25달러를 기록했지만, 현재 1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4위·3억1073만 달러) △‘알파벳’(5위·1억7609만 달러) △‘애플’(10위·5885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4위·3604만 달러) △‘아마존’(15위·2779만 달러) 등 전통적인 인기 종목들이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들이 ‘기술주 할인 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며 저점매수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주의 V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구조적 성장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 금리의 급격한 하락 반전 정도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단기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주가 하락폭에 기댄 저가매수 전략은 아직은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