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로펌 변호사 출신 금감원장, 감독당국 권위·형평성 우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장 후보로 정연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박은석 전 금감원 국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 검찰로 현재 정연수 전 부원장보(사시 26회)는 김앤장 변호사, 박은석 전 국장(사시 30회)은 법무법인 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전날 사의를 표했다.
현재 금감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정연수 전 부원장보는 1961년생으로 대구 성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7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이후 2001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됐으며 2008년부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본부장으로 일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13년부터 10년째 김앤장에 몸담고 있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이다. 대형 로펌의 경우 대형 금융지주사 건을 맡으면 회사 계열사들의 사건도 수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같은 이유로 금감원의 소송 대리인을 맡는 로펌은 드물다. 금감원 소송대리인을 맡으면 소송 상대편 금융회사와 관련된 수임건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어서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로 금감원과 소송전을 벌이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소송 대리인 중 한 곳이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공동법률사무소로 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다. ‘김장법률사무소’ 단일 명칭으로 사업자등록돼 있고, 세무처리, 이해충돌, 수임제한 등 법무법인과 동일하게 처리하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M&A)건의 경우 매도인ㆍ매수인 측 양쪽을 모두 대리할 수 있는 경우는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김앤장 출신의 변호사가 금감원장으로 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로펌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온다면 금융회사들은 분쟁이 생기면 금감원장 출신 로펌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해당 로펌은 금감원장을 배출해낸 곳이 되면서 금감원이란 감독당국의 영향력에 편승할 수 있다는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로펌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오면 감독ㆍ검사업무의 권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위상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석 전 국장은 1963년생으로 청주 세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94년부터 검찰에 몸을 담았다. 2014년 검찰에서 퇴직하면서 금감원에 재취업해 자본시장조사국장까지 올랐다.
박순철 전 지검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 남강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검사로 임관했다. 2020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있으면서 라임자산운용 등 금융 범죄 수사를 지휘하다가 10월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을 올리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