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최대 성수기 여름을 앞두고 GS25가 '박재범 원소주' 오프라인 판매 독점권을 따내면서 경쟁사인 CU의 대히트작 '곰표 밀맥주'의 대항마로 점찍었다. 원소주는 힙합가수 출신 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가 만든 프리미엄 소주로 이름을 알리며 출시되자마자 오픈런 대란을 일으킨 히트템으로 꼽힌다. 이렇다할 성수기 히트작이 없었던 GS25가 원소주를 독점으로 품으서 제2의 곰표, 말표 맥주가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원소주'의 신제품 원스피리츠를 7월부터 독점으로 판매한다. 원스피리츠는 기존 원소주보다 도수는 높이는 대신 가격은 낮춘 원소주의 후속작이다. 앞서 3월 론칭한 원소주는 '오픈런' 현상을 빚으며 초도물량 2만 병이 일주일 만에 완판됐고, 2차로 연 팝업스토어 행사에서도 1만 병 완판은 물론 온라인에서까지 '오픈런' 현상을 만들어낸 히트작이다.
관전포인트는 GS25의 원소주 성공 여부다. CU의 곰표 맥주와 비교해 핵심 주류 콘텐츠가 부족했던 GS25로선 올 여름 주류대전에서 '믿을맨'으로 자리잡을지 관심거리다. 회사 측은 1만5800여 개에 달하는 유통망,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 플러스 등 온ㆍ오프라인 연계망 등의 장점에 힘입어 오프라인 독점판매를 따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원소주를 향한 상당한 '애정 공세'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GS25는 올해초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 종합격투기 선수를 공식 후원했다. 훈련비 전액은 물론 정 선수를 활용한 캐릭터 음료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 선수는 박재범이 수장으로 있는 힙합레이블 AOMG 소속이기도 하다. 결국, 원소주 오프라인 독점 판매권을 따내기 위한 GS25의 큰그림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GS25 측은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원소주 계약을 위한 밑작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올 여름에는 GS25가 매년 여는 뮤직페스티벌 '뮤직&비어 페스티벌'(이하 뮤비페)에 박재범 사단의 AOMG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오고 있다. 뮤비페는 2015년부터 매년 GS25의 고객, 협력업체, 경영주, 스토어매니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의 의미를 전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뮤비페 부활과 함께 AOMG 힙합 뮤지션들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작 GS25의 원소주 사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원소주 출시 이후 '암창정 소주', '백종원 막걸리' 등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주류제품이 잇달아 나오며 국내 전통주 시장에 활기를 돌고 있다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GS25의 원소주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판매하는데 굳이 편의점까지 와서 사람들이 찾을까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의 '백지 수표'를 제시한 것 아니냐 싶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이 거론되고 있다"라면서 "더구나 편의점용 원소주는 9900원이라는 높은 가격대라 소비자 저항선이 높다. 진로, 처음처럼 등 정통 소주 브랜드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라고 봤다.
이런 가운데 CU는 하이트진로가 1962년 첫선을 보인 '크라운 맥주'를 단독으로 판매하며 원소주에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할매니얼' 등 레트로 열풍에 힘입은 행보로, 25일부터 정식 판매된다. 크라운 맥주가 되돌아온 건 1993년 하이트 맥주 론칭과 함께 단종된 지 약 3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