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나선 실수요자들 외면
주담대 금리 상승·양도세 중과 유예
당분간 매물 늘어 하락세 지속 전망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아파트값의 끝없는 추락이 심상찮다. 수서고속열차(SRT) 등 교통호재를 등에 업고 부동산 수요자들이 몰려 연일 신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9일 기준) 동탄신도시가 속한 경기 화성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0.18% 떨어졌다. 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0.02% 하락한 이후 22주 연속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화성시 아파트값 하락을 동탄신도시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화성시 석우동 '신일유토빌' 전용면적 101㎡형은 11일 7억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해 9월 8억3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에 비해 1억3000만 원 하락했다. 영천동 '동탄에듀밸리사랑으로부영' 전용 84㎡형은 11일 6억8000만 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이 7억95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억1500만 원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탄 아파트값 하락의 원인으로 ‘수요자들의 옥석가리기’를 지목했다.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수요자들이 이제는 확실히 오를만한 곳만 찾는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 열기가 식으면서 (수요자들이) 값이 오를만한 지역만 찾는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며 “투자자뿐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서울이나 서울과 가까운 과천 등 입지 위주로 가치상승이 확실한 지역에만 접근하다 보니 동탄이나 송도 등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약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0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주택자들이 수도권 외곽 아파트부터 처분해 매물이 쏟아지고, 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동탄 일대 아파트값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맞물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를 넘어 7%를 바라보고 있다. 원리금 상환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이른바 ‘영끌·빚투족’마저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당분간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동탄 같은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처럼 재건축 대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입지가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라며 “이 기회에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팔아야 한다면 서울에 한 채, 동탄에 한 채 있는 다주택자들은 동탄 아파트부터 팔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