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현지 흉작에 내수 지키기
인니 팜유, 세르비아와 카자흐 곡물 수출 제한
G7, 식량 안보주의에 “위기 더 커진다” 우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밀 수요가 필수적인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 신규 선적을 즉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수단슈 판데이 인도 식량부 차관은 “국내 밀 가격 상승이 이번 금지를 촉발했다”며 “금지 조치 후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식량 가격은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붕괴, 미국을 비롯한 생산지 가뭄으로 인한 작황 악화로 치솟고 있다.
특히 밀은 우크라이나 전쟁 타격이 큰 곡물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생산량이 줄고 흑해를 통한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밀가루 관련 식품 가격도 줄줄이 상승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농무부는 2022~2023년 세계 밀 비축량이 직전 시즌보다 5% 감소한 2억6700만 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6년 만에 최저치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달 140만 톤을 수출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백을 메웠지만, 최근 기후 문제로 농작물 피해를 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수백 에이커 규모의 밀 농작물이 피해를 봤고, 일부 지역에선 수확량이 최대 50%까지 줄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에 내수 시장 물량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 정부는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주요 7개국(G7) 농업장관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압박하는 추가 제재를 꺼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젬 외즈데미르 독일 농업장관은 “모든 국가가 수출을 제한하거나 시장을 폐쇄하기 시작하면 위기는 악화할 것”이라며 인도를 향해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글로벌 식량 위기는 개발도상국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계속 봉쇄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전 세계가 식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우크라이나 곡물 창고는 가득 찼고, 동시에 전 세계 4400만 명 인구가 기아를 향해 가고 있다”며 “그 누구도 전쟁에 따른 결과에 면역이 생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인도의 밀 수출 금지령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제공업체 아르거스에 따르면 한국의 인도산 밀 수입은 2013~2014년 54만6200톤을 마지막으로 최근 6년간 없다가 올해 들어 재개됐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체 수입량은 13만1400톤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금지령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밀 수급과 가격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 세계 밀 수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과 국내 밀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국내 단기적인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