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과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대가 조국’은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던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약 두 달간의 일을 상세하게 복기하는 작품이다. 이승준 감독은 “검찰과 언론은 공정했냐?”고 역으로 질문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대가 조국’이 집중한 부분은 조국 사태로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동양대 장경욱 교수와 조 전 장관 동생 조권 씨 지인 박준호 씨 인터뷰다. 박준호 씨는 스크린 안에서 숨을 고르고 목소리를 떨며 증언한다. 당시 검찰로부터 자기 입으로 다시 내뱉기 어려울 정도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겪었던 마음의 고통을 그들의 언어와 말과 말 사이 호흡으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영화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후반부에서는 정경심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다룬 판결문의 맥락을 소상히 조명한다. 동양대 조교의 증언이 어떤 압박 속에서 이뤄졌는지, 동양대 PC 포렌식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함은 무엇인지, 표창장 위조 관련 풀리지 않는 의문은 어떤 것인지 조목조목 짚는다. 전반부의 인터뷰가 “당시 겪은 일로 받은 부정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다룬다면, 후반부에서는 새로운 진실을 찾아 나가는 양상이다. 이 감독은 후반부가 “검찰이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은 ‘구체적인 증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대가 조국’ 촬영에 대한 조 전 장관의 반응은 어땠을까. 도합 열 차례 정도 진행된 자택 촬영 때마다 “전에 찍지 않았어요? 집에서 뭐 찍을 게 더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가편집본 내부 시사회에 조 전 장관이 참석했을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다리를 이렇게 꼬았다가, 저렇게 꼬았다가... 내가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었나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그때 감정이 다시 올라와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시더라. 영상의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다고 했다.”
이 작품이 관객에게 ‘조국은 무고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항변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지점이 있으니 다시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25일 개봉을 앞둔 ‘그대가 조국’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봉 전 26억 원을 모았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유례없는 마케팅 자원이다. 후원자에게 돌아가는 예매권 분량만 10만 장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 광고, 조선일보 옥외 광고도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의 단편 '부재의 기억(2018)'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진출 전까지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장편 ‘그림자꽃(2019)' 역시 마케팅 비용이 1억 원 안팎이었던 걸 생각하면 극적인 변화다.
이 감독은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변화가 있었기에 이 영화가 어떻게 개봉할지 싶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지지와 후원이 있었다. 누군가가 이 영화를 이렇게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