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약(경구용 치료제)의 처방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이제는 12세 이상 기저질환자도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확진자 격리의무까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먹는 치료제가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 안착을 얼마나 앞당길 지 관심이 쏠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6일부터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12세 이상 기저질환자,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처방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저하자, 40세 이상 기저질환자만 처방이 가능했던 약들이다. 기저질환에는 당뇨,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만성 폐질환, 체질량지수 30㎏/㎡ 이상, 신경발달장애 등이 포함된다.
처방받는 법도 좀 더 간편해졌다. 기존에는 60세 이상 환자만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먹는 치료제가 처방됐지만, 이제는 확대된 처방 대상 누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발생한 지 5일이 넘지 않고 산소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먹는 치료제의 처방 대상이 확대됐으니 안정적인 공급도 중요하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100만9000명분을 추가 구매하기로 함에 따라 확보된 먹는 치료제는 총 207만1000명분이 됐다.
현재 남아있는 먹는 치료제의 양은 얼마나 될까? 12일 기준 팍스로비드 누적 사용량은 24만5380명분, 재고량은 48만 1687명분, 라게브리오 누적 사용량은 2만180명분, 재고량은 8만711명분이다. 즉, 총 82만7958명분이 들어와서 26만5560명분이 쓰였고 56만2398명분이 남은 셈이다.
먹는 치료제는 실제 투약 결과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고, 국내 코로나19 환자의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대상으로 오미크론 변이 세부 유형인 BA.1, BA.1.1, BA.2(스텔스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평가한 결과 효능이 유지됐다는 연구 결과를 이번 달 발표했다. 오미크론은 물론 전파력이 높은 스텔스 오미크론에도 먹는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2~4월 국내 요양병원 5곳의 입소자 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팍스로비드를 먹은 경우 코로나19 중증화율이 3.69%로 먹지 않은 경우(7.14%)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망률은 팍스로비드 투여군이 3.53%, 미투여군이 5.61%로, 38% 줄었다. 따라서 팍스로비드를 먹지 않았을 때 중증화율은 2.04배, 사망률은 1.61배 높게 집계됐다.
개발사의 자체 임상시험에서는 팍스로비드가 입원과 사망 위험을 88%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게브리오는 이보다 낮은 30% 선이었다.
먹는 치료제는 복용이 편리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초기이며 증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먹는 치료제 외에도 주사 치료제인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쓰인다.
베클루리주는 12세 이상이면서 폐렴 증상이 있거나 실내공기에서 산소포화도가 94% 이하인 환자, 보조산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투약된다.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처럼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 바이러스에도 항바이러스 효능이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정부는 면역저하자를 위한 예방용 항체치료제 '이부실드'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이부실드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면역을 형성하기 어려운 중증 면역저하자나 심각한 백신 부작용 이력이 있는 환자가 투약 대상이다.
언급된 코로나19 치료제는 모두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이다. 앞서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는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없어서 사용이 중단됐다. 현재 국내 기업 여러 곳이 먹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허가가 가시화된 곳은 없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와 공동 개발하는 약은 일본에서 허가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