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임차·관리비로 200억 손해"
"조합 사업비 대출보증 연장도 불가"
조합원 6000명 전세난민 전락 위기
'1만2000가구 규모'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17일 타워크레인 일부 철수를 시작했다. 조합이 협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업지 일부 구역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총 4곳의 건설사 중 롯데건설 담당 구역의 크레인이 우선 철수에 나섰다. 현재 둔촌주공 사업장에는 총 57대의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타워크레인을 철거하게 되면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잘 이뤄지더라도 재설치까지 최대 반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도 타워크레인 해체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결별 통보로 내다보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과 공사중단 이전 수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현 조합의 태도 변화가 없어 결국 공사중단 사태에 이른 것”이라며 “이번 타워크레인 철거는 공사 중단 장기화 등을 고려해 일부 업체가 선제적으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과 합의가 지연되면 총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대출금 보증 연장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비 대출 1조4000억 원, 사업비 대출 7000억 원을 받았다. 이 중 사업비 대출 7000억 원은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통해 이뤄졌다. 이주비 대출은 7월, 사업비 대출은 8월이 만기다.
시공사업단 측은 무엇보다 사업비 대출 연장 여부는 조합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대주단(돈을 빌려준 단체)에 사업비 대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업단은 우선 발주자 결정에 따르겠지만, 차주(조합)가 이를 갚지 않으면 사업단이 대위 변제 후 법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과 현 조합 간 갈등 원인은 공사비다. 양측은 공사비 6000억 원 증액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공사중단 사태를 맞았다. 둔촌주공 옛 조합은 2016년 시공사업단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기존 가구 수보다 926가구 증가한 1만2032가구로 변경됐다. 이에 2020년 양측은 공사비 6000억 원을 증액한 3조2000억 원에 1만2032가구를 짓는 공사변경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지난해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비용 문제 등을 들어 지난달 15일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나섰다.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당장 입주를 준비 중이던 조합원 6000명은 전세 난민이 될 처지다. 조합원은 공사가 지연되면 이주비 대출이자를 포함한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공사계약이 실제로 해지되면 시공사업단에 ‘조 단위’의 미지급 공사비와 사업비 대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대규모 공급 지연으로 인한 집값 불안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