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오랜만에 호재를 맞은 유통업계는 물가가 상승에 자칫 달아오른 소비심리가 식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각 사별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처를 바꾸고 직소싱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유통사들은 유통마진과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수입육 수입 국가를 교체하고 직접 경매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안정적인 물량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소싱 비중을 확대하고 산지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전체 수입 물량 중 직소싱 비중을 지난해 50% 수준에서 올해 80%까지 확대하는 등 유통 단계를 슬림화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산지를 빠르게 찾고 있다.
올해 오렌지 주 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황 부진, 미국 내 소비 증가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오렌지 가격이 크게 오르자 작황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스페인을 새로운 산지로 채택했다. 5월 중 직소싱으로 이마트가 직접 수입 예정인데 이 경우 미국산보다 최대 40%까지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육류의 경우 산지 다변화, 사전 비축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입 냉장 돈육의 경우, 재작년까지는 캐나다산 냉장 삼겹·목심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미국산을 함께 도입하고 있다. 또한 올해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을 미리 예상해 지난해 중순부터 유럽산 냉동 돈육 사전 비축에 나섰다. 현재도 이마트 미트센터 등을 통해 약 3~4개월 판매분량의 유럽산 냉동 돈육을 비축해 가격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물가 상승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2019년부터 한우 산지인 충북 음성과 경기 부천 축산물 공판장에서 경매에 직접 참여해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한우를 공수하고 있다.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 자격을 얻은 축산MD(상품기획자)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직경매에 참여해 고품질의 소를 구입한다. 산지 공판장에서 MD가 직접 한우를 보고 구매함으로써 품질 관리는 물론 유통 단계 최소화로 고품질의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아 가격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플러스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선식품에 대해 신선농장을 운영하며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판매량이 많은 10대 과일을 선정해 기존 70여 곳에서 운영 중이던 홈플러스 지정 ‘신선농장’을 10배 늘려, 700여 개 농가에서 생산된 40여 개 품목을 홈플러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바이어와 테크니컬 매니저, 협력사가 재배부터 수확까지 관리해 농가에서는 상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 강점이다. 이를 통해 중간 도매상 없이 유통경로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치솟는 국내산 돈육 가격을 방어하고 물가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수입산 돈육의 물량을 68% 추가 확보하고 직소싱(계약물량)을 확대해 전년 물량 대비 캐나다산 71%, 미국산 46% 물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킴스클럽은 유통업체 최초로 한우 사육에 뛰어들었다. 3월 전국 2위 규모로 한우를 키우는 전남 장흥에서 송아지 110마리를 구매해 직접 사육을 시작했다. 킴스클럽은 축산농가(킴스클럽)→도축장→가공업체→소매로 유통 구조를 축소해 소비자가 구매하는 한우 가격을 기존 대형마트 대비 20%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직소싱을 늘리고 직접 원재료 관리에 나서는 것은 밥상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 평균가격은 6일 기준 3739원으로 1년 전보다 30%나 급등했고 삼겹살 먹을 때 필수인 상추 가격은 1년전보다 146%나 급등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간 이커머스 업체에 내준 유통 주도권을 되찾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유통사 입장에서는 이를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최대한 가격 상승을 막아 고객 발길이 다시 매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