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예상했던 검찰 인사 폭풍이 몰아쳤다. 퇴근 시간 직전 단행된 인사는 '윤석열 사단'의 영전과 '친문 검사'의 좌천으로 요약됐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일기 예보가 변하듯 예상 규모도 시시각각 바뀌었다.
초기에는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검사의 사의로 생긴 수장 공백을 채우는 수준의 원포인트 인사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지휘부를 안정화할 정도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많아졌다. 막상 실행된 인사는 그보다도 크고 본격적인 수준으로 충격을 줬다.
이번 인사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노골적이었다. '윤석열 사단'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인물들이 요직을 채웠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생활을 할 때 연을 맺고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던 검사들이다. 이들은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 등을 거치면서 좌천됐던 인물들이다. 서울중앙지검장과 중앙지검 2ㆍ3ㆍ4차장, 서울남부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수원지검장 등을 빠르게 정리해 주요 수사 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반면 이성윤ㆍ이정수ㆍ이정현ㆍ심재철 검사장에 임은정 부장검사 등은 우르르 밀려났다.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지만 검찰총장 임명 이후 진행될 대규모 정기인사에서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줄사퇴'와 '줄서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미애ㆍ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당시 단행된 인사들은 '친윤' 쳐내기와 '친정부 검사' 중용이 중점이 됐다. 이는 검찰이 정치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이들의 약진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오히려 깨뜨렸다.
방향이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직후 보여준 인사에서도 내부에서 불거진 불만은 많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검사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변화하겠다던 검찰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측근 '만', 특수통 '만' 중용되지 않는 탕평 인사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