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활동가, 복통 호소 후 긴급 이송
차제연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제정 요구 답해야"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여온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공동대표가 39일째인 19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차제연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따르면, 이 대표는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하던 중 건강 악화로 오전 11시~정오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날 저녁 8시부터 복통을 호소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 대표를 진료한 오춘상 한의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대국민 요구안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뒤 이투데이와 만나 "이날 오전까지도 호전되지 않아 주변 활동가들에 의해 이송된 상태"라며 "이 대표와 함께 단식 중인 미류도 현재 단식 들어가기 전보다 체중이 모두 15% 이상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의료계에선 급격한 수분 등 몸 상태 변화를 막기 위해 기존 체중 10% 선에 변화를 매듭짓게 한다"며 "체온, 혈압을 기본적으로 계속 관리해왔으나 음식을 오랫동안 굶으면서 내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이런 증상(복통)이 돌발적으로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39일째 단식 중인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차별하지 말자는 법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굶다가 쓰려져야 할 일입니까"라며 눈물을 보였다.
농성을 이어간 미류 위원도 현재 체력적으로 단식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라고 오 한의사는 전했다.
그는 정치권이 선거 일정을 이유로 논의를 미뤘다고 비판했다.
미류 위원은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존엄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 하나 선언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그 꽃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는 국회가 다음 길을 내야 할 때"라며 "법안을 심사하고 회의에서 통과시키는 건 국회의 역할이다. 이제는 그 종착지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제연은 차별금지법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김민문정 차제연 공동대표는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여야를 향해 "법안 심사를 미뤄오기만 한 15년의 사태에 책임지고 법안 심사 기한을 확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고 밝혔다
거대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행동도 거듭 요구했다. 또 여야 간사 간 공청회 일정에 비협조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도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40여 일 국회 앞 단식 농성 간 민주당 지도부는 활동가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21대 국회 원 구성이 바뀌기 전 차별금지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여 법 제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지정은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국회 안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를 시작하겠다는 정치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