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의약품 조달 위해 국방물자조달법 발동
그만큼 현재 분유 공급난 심각 방증
미국 업체 독식 시장 구조도 사태 악화시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물자조달법을 발동해 분유 재료 공급 업체들이 미국 분유 제조사들에 최우선으로 재료를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농무부 등 정부 부처들은 국방부 전용기를 활용해 미국 보건·안전 기준에 충족하는 해외 분유를 빠르게 선적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미국 전국의 부모들이 아기에게 먹일 충분한 분유를 확보하는 데 걱정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나도) 부모로, 조부모로서 그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잘 알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유아용 분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방물자조달법을 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동한 국방물자조달법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마련된 법으로 전시에 전략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통령이 기업들에 특정 제품의 생산 및 공급을 우선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국방물자조달법은 이후 국방이나 에너지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해 주로 발동돼왔다. 직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당시 의료 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해당 법을 발동했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만큼 공급망에 교란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분유 대란 해소에 있어서 국방물자조달법 동원 여부를 두고 수일간 검토를 진행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 구조도 이 같은 부족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분유 시장은 1위 애보트를 필두로 미드존슨뉴트리션, 네슬레, 페리고 등 4개 업체가 전체 98%를 차지하고 있다. CNBC는 이들 업체 공장 한 곳이라도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공급망 자체가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분유 공급난 완화를 위해 각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애보트와 박테리아 감염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던 미시간 공장 생산 재개에 합의해 관련 절차에 들어갔고, 이와 더불어 해외 제조사 분유 수입 규제 완화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조치가 분유 대란 해소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보트는 미시간 공장의 생산이 재개되더라도 분유가 매장에 공급되기까지는 6∼8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분유 수입 확대도 당장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제조사의 분유 안전성 검사를 담당할 FDA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로사 드라우로 하원 세출위원장은 이번 주 “FDA에서 수입 조제분유 안전성을 검토할 조사관 인력이 9명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28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