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에 야권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지지자들은 1만 명이 넘게 봉하마을에 모여 환호를 보냈다.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에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잔디 동산에서 열렸다.
야권에서는 5년 만에 봉하마을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ㆍ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이낙연 전 총리, 정세현 전 장관, 정세균 전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참여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공식 추도사에서 "10ㆍ4 남북정상선언 정신은 오늘도 유효한 가치이며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정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신께서 삶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주셨던 기득권 및 수구세력과의 투쟁,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 위한 노력,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 남북협력은 도리라면서 외교에서도 자국 중심성을 키우고자 하셨던 그 정신은 당신께서 가신 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화두로 그리고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 결집도 독려했다. 그는 "최근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뉴스도 보기 싫다는 분들 많다. 그럴수록 더 각성해서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인사말에서 "아직 우리 가슴속에 남은 그의 못다 이룬 꿈이 이 자리에 함께한 시민 여러분 힘으로 완성되길 진정으로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후에 시민 곁으로 돌아가 시민과 함께 이루고자 했던 노무현의 꿈은 국가가 국민을 존중하는 사회였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국민 열망이 모였던 촛불광장으로부터 5년, 우리가 얼마나 민주적 진보를 이뤘는지는 역사 평가에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 노무현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 완성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라며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원칙과 상식을 기반으로 정의로운 나라, 시민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위원장은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님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시민들은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행사장을 끝까지 지켰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1496명의 지지자가 봉화마을을 가득 메웠다.
오전부터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적인 색인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지지자들은 모자, 풍선, 마스크, 스카프, 바람개비, 원피스, 면티 등 각자의 아이템을 활용하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시민들은 야당 인사들에게는 환호를, 정부ㆍ여당 인사들에는 야유를 보냈다.
시민들의 가장 많은 환호를 받은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는 오후 1시 59분께 김정숙 여사와 권양숙 여사, 정세균 전 총리 등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지자들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문재인"을 연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이 선대위원장이 들어서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고, 이어 이 전 총리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반대로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오후 1시 47분께 권성동 원내대표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왜 왔냐"고 힐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도 "기분 좋냐"고 야유를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돌아가"라고 가장 큰 야유를 보냈다.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반응이 갈렸다. 박 위원장을 향해 일부는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화이팅"을 외치는 지지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