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저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0원딜'이 성행하고 있다. 고객을 끌기 위해 일정한 기간, 한정 수량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지만 과도한 저가경쟁은 상품의 가격 가치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형마트의 '10원 전쟁'이 이커머스 '100원딜'로 재현되는 모양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정 프로모션 기간 동안 단돈 100원에 제품을 판매하는 100원딜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정통 마케팅으로 자리잡았다. '100원딜'은 핫딜, 타임딜 마케팅의 일종으로 한정 기간동안 프로모션 대상이 되는 제품을 단돈 100원에 판매하는 초특가 프로모션이다.
온ㆍ오프라인 통합을 꾀하는 '신세계 군단'의 이마트, SSG닷컴, W컨셉 등이 개최하는 빅스마일데이에서는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노브랜드 밀키트, 키엘 립밤 등 일부 상품을 100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개최한다.
GS리테일이 인수한 밀키트 스타트업 업체 쿠캣도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최근 '100원딜 이벤트’를 열었다. '쿠캣마켓 납작막창’, ‘쿠캣마켓 딸기쏙우유 찹쌀떡’, ‘쿠캣마켓 매콤크림닭갈비’ 등의 쿠캣을 대표하는 일부 베스트셀러 10종을 100원에 파는 이벤트다.
100원딜의 원조격인 마켓컬리는 2015년 첫 출범 이후 꾸준히 신규가입 고객 대상으로 사흘간 100원에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는 트레비 무라벨 라임, 데일리 물티슈, 풀무원 핫도그 등 일부 상품에 대해 100원에 팔며 신규 고객유치 프로모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100원딜'이 이커머스 마케팅의 흥행보증 수표로 자리잡은 건 신규 고객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한번 이용한 플랫폼을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이커머스 소비 행태 특성상 업계로서는 고객 선점이 중요한 화두다. 마켓컬리, 쿠팡을 겨냥해 GS리테일이 야심차게 준비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플랫폼'은 100원 특가 딜 이벤트로만 전체 신규고객의 60%를 확보했다.
하지만 소비재 제조업체로서는 '100원딜'이 반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식품의 경우 지나치게 저렴할 경우 소비자들이 안전, 신선도 등을 의심하고, 뷰티 상품은 '저가 상품'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100원딜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라면서 "상품가치가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왜곡현상이 나타날까 두렵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저가 경쟁이 유통업계의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2010년대 대형마트들이 10원 단위로 펼친 저가 경쟁이 대표적이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극한가격' 등 저가 할인공세를 벌였던 이들 업체가 당시 일제히 수익이 악화된 사례에서 보듯 지속되는 쿠폰할인, 특가 경쟁이 이커머스의 누적적자를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록인 효과'를 노린 이커머스의 저가 경쟁이 한시적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대형마트가 저가경쟁을 한창 벌이다 시간이 흘러 가격을 다시 올려 굳어졌듯이, 이커머스도 불시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저가경쟁이 이커머스에서 반복되고 있다"라면서 "쿠팡 와우멤버십이 2000원대를 유지하다 최근 70%나 가격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