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PB구입 비용 40% 더줘…원가 압박 2분기에도 지속될 듯
가구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요 원자재 매입에 전년보다 40%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등 비용부담은 늘고 수익은 악화하고 있다. 업체들은 줄줄이 가구 가격을 인상하며 원자잿값 폭주에 대응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2분기 원자재 시장은 여전히 어둡다. 생존을 위한 업계의 고민이 앞으로 더 깊어질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샘이 올해 1분기 가구 제조의 핵심 자재인 PB(파티클보드)매입에 투입한 비용은 약 243억3500만 원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같은 원자재 매입에 투입한 비용(172억 원)보다 42% 늘어난 수치다.
한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259억 원으로 작년(55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은 252억→100억 원으로 60% 넘게 곤두박질 쳤다. 매출 감소폭은 크지 않은 가운데 원자재와 물류비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현대리바트도 원자재 가격 급등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1분기 매출 3687억 원, 영업이익 2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 넘게 급감했다. 현대리바트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을 영업이익이 급감한 배경으로 지목했다. 실제 현대리바트가 이 기간 PB 매입에 쓴 비용은 매당 1만9770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1만6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당 23.6% 비싸게 지불한 셈이다.
퍼시스도 올해 1분기 PB·MDF·MFB 등 합판류 매입에 약 98억 원을 썼다. 작년 같은 기간(86억 원)보다 14% 늘었다.
PB는 목재를 고온 압착한 것으로 부식과 뒤틀림이 적어 목재 대체재로 쓰인다. MDF합판이 상대적으로 변형이 잘 되는 것과 큰 차이를 갖는다. 이 때문에 가구 제조에서 PB는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문제는 국내 수요 PB의 해외 의존도가 85%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 의존도는 손에 꼽힐 정도다.
PB 가격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산 지역에서 벌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물류비 상승이 목재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가격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올해 3월 ㎥당 가격이 최대 90만 원에 달한다. 작년 이맘때 (54만 원)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원가 압박은 2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퍼시스 관계자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고정비 효과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은 줄지 않았지만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에 이런 추세가 앞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가구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수급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다른 목재 생산국의 가격도 함께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구업계는 가구 가격을 인상하며 발등의 불을 끄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늘어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는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원자재 가격 회복과 수익 정상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인 해법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가야 원자재 쇼크를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샘은 리빙 테크기업, 현대리바트는 영업망 확장에 힘을 줄 계획이다. 신세계까사는 연내 매장을 10곳 넘게 확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