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려로 결정…상반기에만 세 차례 인상
전문가 “2018년엔 주도적 결정 가능…지금은 선택의 여지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4년 전으로 회귀했다. 4년 전엔 가계부채가 문제였는데 이번엔 물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 2018년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엔 가계부채가 화두였다. 금통위는 2018년 11월 통화정책방향 자료를 통해 소비자물가는 안정적 추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목표 수준 내외를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10월 들어 증가 규모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했다”라고 진단했다.
4년 후 이번에 금리를 올릴 때는 “소비자물가가 5%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웃도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소폭 증가로 전환했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 대출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018년 11월 무렵에도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73~5.02%였다. 평균 금리 구간이 2019년 1월까지 오르더니(3.91~5.04%) 그 이후로는 하향세를 보였다. 그다음 해 7월 기준금리를 다시 1.50%로 인하할 때는 평균 금리 구간이 3.49~4.09%로 상단 기준으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는 4년 전 기준금리 인상과 이번 인상 효과는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단행한 것이기 때문에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눈여겨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2018년에도 가계부채가 많이 늘고, 집값도 많이 올라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많았다”라며 “다만 그때는 인플레이션이 없어졌다고 착각했을 때여서 물가보다는 오히려 금융 안정 때문에 금리를 올리자는 얘기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당시엔 (기준금리 조정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여지가 있었던 때였다면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의 첫 번째 역할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다”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재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 전망 수준을 큰 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도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압력 증대로 상당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석유류, 식료품, 외식 등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