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세금도 깎았다…밥상 물가 잡힐까

입력 2022-05-31 11:18수정 2022-05-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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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용유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정부는 민생경제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돼지고기와 식용유 등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식품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조현욱 기자 gusdnr8863@)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전면적인 면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관세율을 인하해 수입 품목들의 가격을 확 낮추자는 의도다. 이미 유류세를 인하했음에도 리터당 2000원을 넘은 휘발유의 사례를 볼 때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금 낮춰 0.1%p 물가라도 내린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르고, 서민경제는 힘들어진다. 때문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1순위 대책으로 내세운다. 이달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세금’이었다.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면세를 주요 내용으로 내건 민생안정대책을 확정한 것.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활·밥상물가와 교육·통신비 등 생계비,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총 10가지 민생안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돼지고기와 식용유(대두유·해바라기씨유), 밀 ·밀가루, 계란가공품 등 식품원료 7종에는 연말까지 할당관세(0%)를 추가 적용하기로 했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현재 22.5~25% 관세율을 0%로 낮추면 판매자들은 최대 20%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또 커피·코코아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세는 2023년까지 한시 면제키로 했는데 이는 원가를 9.1% 인하하는 효과를 낸다. 병·캔 등 개별포장된 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10%)도 2023년까지 면제한다. 해당 품목은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1세대 1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세 부담이 급증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6만 원 안팎의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가 도입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30% 인하 조치는 연말까지 6개월 연장된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모두 시행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 고공행진에 유류세 인하 효과 상쇄

"단 0.1%포인트라도"

정부가 간절한 희망으로 내놓은 물가 안정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앞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하면서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등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세금 인하분만큼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0일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L)당 2010.45원, 경유 판매가격은 2007.13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20%를 인하한 이후 넉 달 만에 체감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벌써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국제 유가는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로 상승했는데, 우리 정부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7월 인도분은 30일 오전 8시25분(현지시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92% 오른 배럴당 121.7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122.01달러까지 올랐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0.44% 오른 배럴당 117.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고가는 117.79달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러한 유가 랠리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휘발유 등 정제제품 공급이 여유 없이 이뤄지는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유럽연합(EU)가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의 90%까지 금지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수급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추경과 물가 사이…해법 찾을까

여기에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통과도 물가에 큰 변수다. 이번에는 기존보다 약 3조 원을 추가했다. 36조4000억 원이었던 실질 지출 규모는 39조 원으로 늘렸고, 지방이전 지출까지 합하면 전체 규모는 애초 59조4000억 원에서 62조 원으로 늘어난다.

세금 면제로 덜 걷힌 세수를 추경으로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출을 늘린 만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에 윤 대통령도 답답한 듯 “영세 자영업자가 숨넘어가는데 그것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그럼 추경 안 하느냐”고 응대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3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세계 경제 흐름은 예측 불가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 정세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밥상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해외시장 동향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29%, 옥수수의 19%, 주요 종실유 원재료인 해바라기씨 수출의 80%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화학비료의 원료인 질소 제품의 최대 수출국이어서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곡물 공급망에 큰 충격을 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수출 곡물 2000만 톤의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에서 대부분의 전투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 파종면적이 평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수출이 중단뿐만 아니라 전쟁이 상반기 중 끝이 나더라도 그 영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미 세계 식량 시장은 자국 우선주의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밀과 설탕 수출 금지·제한에 이어 쌀 수출 제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닭고기 수출을 줄이기로 했고, 인도네시아는 팜유의 해외 판매를 금지했다. 이들 국가의 수출 제한 조치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에서 봉쇄조치가 수시로 이뤄진다면, 생활 필수 공산품 가격까지 급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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