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5월 무역수지도 17억1000만 달러 적자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수출은 615억1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1.3% 늘었으나 수입이 32.0% 증가한 632억2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의 5월 수출입 통계를 1일 발표했다. 반도체와 철강·바이오·석유화학 등 주력상품 수출이 큰 폭 늘었음에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액이 급증했다. 5월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만 14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4.4%나 증가했다.
올 들어 무역수지는 1월 47억3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보였다가 2월과 3월 각각 8억9000만 달러, 2억1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4월에 다시 25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78억50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작년 1∼5월 무역수지는 129억5000만 달러 흑자였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교역구조는 이미 크게 나빠진 상태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1년째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웃도는 추세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전망도 어둡다. 산업연구원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입증가세가 더 가팔라 올해 연간 158억 달러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이 같은 적자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133억 달러)보다 더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망 위기가 하반기에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무역흑자는 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최대 버팀목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무역흑자 전환을 이룬 이래 2008년 한 해만 빼고 계속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올해 막대한 적자는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이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하고, 재정수지까지 대규모 적자 상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적자국채 발행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확장 재정으로 올해 통합재정수지 70조4000억 원,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도 110조8000억 원 마이너스로 예상된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위기상황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산업 경쟁력을 높여 교역환경 악화를 극복하고,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공급망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도가 시급하다. 일시적이고 단기 처방인 수출지원 등의 대책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취약한 교역구조를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고 정책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