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그(생맥주 통)형 수제 맥주 생산기업 A사는 지역 특화 맥주를 정량대로 따라 마실 수 있는 서버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편의점 같은 소매점에 포장주문형 판매를 추진했으나 가로막혔다. 주세법상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 있는 소분형 주류 판매는 소매점에서 금지돼 있는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한 기술이)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판매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홈술족이 늘고, 수제 맥주 시장 역시 가파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정작 편의점 및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선 주류 소분 판매 금지로 판매 활로가 막혀 있다. 올여름 리오프닝(경제 재개)에 따라 생맥주 수요 증가가 기대되지만 규제 여파로 편의점 업계에선 캔 맥주, 프리미엄 소주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이다.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국세청에 '케그형 생맥주 편의점 소분판매 허용'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맥주를 가정에서 즐기는 트렌드와, 다양한 수제맥주(곰표, 말표, BYC, 아맛나 등)의 개발·출시로 생맥주를 음식점에서 캔 등 용기에 나눠 담아 파는 것이 허용됐으나,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만 쏙 빠졌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케그 형태의 생맥주를 생산하는 수제맥주 제조기업만의 제조방법 등 제조 노하우 활용을 제한함으로써 수제맥주 시장의 다변화 및 다양한 수제맥주 판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케그 형태의 생맥주를 생산하는 수제맥주 제조기업 대부분은 캔맥주 생산장비의 도입이 어려운 소규모 중소기업이며, 대규모 판매가 가능한 편의점(소매점)에서의 생맥주 판매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9년 7월부터 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은 일반음식점 등에 대해 생맥주 등을 소분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쿠팡이츠 등 음식과 함께 생맥주를 배달시켜 먹거나 외식업장에서 원하는 대로 맥주를 따라 마시는 일이 가능해졌지만, 위생상의 이유로 현재까지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서만 불가능하다.
서정헌 중소벤처기업부 옴부즈만지원단 전문위원은 "1ℓ, 1.5ℓ, 2ℓ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양만큼 용기에 음료를 담으면 그 양에 따라 값을 치르는 시스템이 개발됐지만, 대규모 유통망을 보유한 소매점에선 시현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위생, 주류세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이유로 국세청에서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에서 케그형 생맥주를 '통'으로 파는 곳은 GS25 정도다. 앞서 GS25는 2020년 자사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를 통해 5ℓ 대용량 케그 타입 생맥주 3종 판매를 시작했다. 집, 야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시원한 탄산을 그대로 보존하는 생맥주 상품을 선보이고자 도입했으나, 매장에서 소비자가 따라 마실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GS25 관계자는 "주류를 소분형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은 현행법상 금지"라면서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통해 케그형 생맥주 판매를 시작한 건 이런 규제 및 매장 공간 등을 고려한 결과다. 직접 따라 마시는 형태의 생맥주 판매는 불가능하지만, 수제 캔맥주, 프리미엄 소주 등 구색을 늘리며 대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도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편의점 주력상품인 캔 맥주 시장이 크게 늘었다. 일반 점포에서 상용화하는 건 허가 문제 등이 있겠지만, 최근 유동 인구가 크게 늘면서 한강이나 관광지, 유원지 이런 곳에서 생맥주 관련 상품이 판매되면 점포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업계의 검토 의견에 사실상 '퇴짜'를 놓으면서 소매점 내 주류 소분판매 허용을 둘러싼 샅바 싸움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수제 맥주 제조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마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만큼 언제든지 편리하게 생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에서 제안했지만 당장 도입하긴 어려워졌다"라면서 "국세청에선 주세 관리가 어렵다는 견해인데, 용량대로 가격 체계를 정형화하는 시스템이라 세금에 대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