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제2의 포켓몬빵?”...‘랜덤 키링’이 뭐 길래

입력 2022-06-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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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빵 ‘띠부띠부실’(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의 대항마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랜덤 키링'입니다.

앞서 포켓몬 빵 ‘띠부띠부실’은 품절 대란으로 명품관 오픈런을 방불케 했습니다. 심지어 노숙런, 추격전까지 벌어졌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구매 엄두가 안 난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열광하는 만큼 비판 여론도 많았던 것이죠.

랜덤 키링은 포켓몬 빵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로 유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피로한 오픈런에 도전하거나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매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런데 랜덤 키링이 무엇일까요? 왜 소비자들은 이 랜덤 키링에 푹 빠진 걸까요?

랜덤 키링은 쉽게 말해 뽑기 형태의 열쇠고리입니다. 달걀 모양 케이스 안에 작은 젤리와 함께 키링이 들어있는 형태인데요. 키링은 작은 아크릴판 위에 알록달록한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게 특징입니다.

다만 뽑기 형태의 랜덤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그려져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점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합니다. 원하는 게 나오길 바라며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죠.

가장 인기 많은 제품은 ‘산리오 키링’과 ‘짱구 키링'입니다. 90년대 생들이 어린 시절 인기 있었던 캐릭터다 보니 애들보다 어른이 더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직장인이 된 90년대 생들이 퇴근 후 집 주변 편의점과 마트 등을 돌며 “산리오 키링 다 나갔어요?”, “짱구 키링 어디 있어요?” 등을 묻는 풍경이 종종 보이기도 합니다. 괜스레 젤리 코너 앞을 서성이는 이들도 보이고요.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포켓몬 빵처럼 ‘품절 대란템’이기 때문입니다. 물량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편의점 사장님은 “6월 말에나 물량이 풀릴 것 같다”며 “들여놓는 족족 박스째 사가는 손님이 많아 들어와도 얼마 못 갈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던 포켓몬 빵과 달리 비교적 구매가 쉽다는 후문입니다. 서점 내 문구 코너나 대형할인점 등 여러 매장에서 살 수 있어 구매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이죠.

그러다 보니 품절 대란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은 어른들에게 새로운 재밋거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일 편의점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랜덤 키링을 찾아 동네를 돌고 있다며 “포켓몬 빵보다는 조금 덜 부담스러운 품절 대란이라 괜히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랜덤 키링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상자 단위로 사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낱개 제품 수십 개가 든 박스를 통째로 구매한다는 건데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블로그 등에 올라오는 후기를 보면 랜덤 키링을 박스 째 구매한 이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통째로 구매하면서 직원에게 기념용으로 가지고 싶다며 상자를 따로 요청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낱개 구매가 아닌 ‘박스 째 구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포켓몬 빵처럼 랜덤 키링은 구매 개수 제한이 없습니다. 제품을 한번 발견했을 때 왕창 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는 즉 물량만 있다면 구매를 위해 여러 번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낱개의 경우 개당 가격이 1900원에서 2500원 사이라 키덜트(키즈+어덜트의 합성으로 어린아이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족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이기도 합니다.

박스 째 사도 4만4000원에서 6만 원 사이다 보니 다른 피규어나 카드 같은 장난감을 모으는 값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지른다’는 짜릿한 기분은 즐길 수 있으니 박스째 구매하는 게 유행이 된 것이죠.

또 이렇게 한 번에 잔뜩 구매하면 제품을 열어보는 재미가 두 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감질 맛나게 매일 한두 개씩 열어보느니 짧은 시간에 잔뜩 열어보며 어린 시절 못다 푼 소원을 성취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튜브에는 ‘랜덤 키링 풀박스 언박싱’, ‘랜덤 키링 몽땅 열어보기’ 등의 콘텐츠가 많은데요. 반응도 핫합니다. “대리만족한다”, “플렉스 너무 좋다”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랜덤 키링은 중고거래 시장에도 많이 보입니다. 다만 포켓몬 빵의 희귀 띠부띠부실처럼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고시장에서의 랜덤 키링은 판매보단 ‘교환’이 목적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랜덤 키링은 띠부띠부실의 희귀 포켓몬 ‘뮤’나 ‘뮤츠’처럼 희귀 제품이 있는 건 아닙니다. 띠부띠부실처럼 랜덤 뽑기지만 열 종류 내외로 종류가 한정적이고, 어느 것 하나가 눈에 띄게 귀한 것도 아니니 가격이 수십 배씩 뛸 일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고거래 시장은 중복된 키링을 제값에 판매하거나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근마켓에는 “봉미선(짱구 엄마)이랑 ‘부리부리대마왕(짱구 속 돼지 캐릭터) 교환 원해요”, “헬로키티랑 폼폼푸린 교환 원해요” 등의 교환 게시글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희귀한 아이템이랄 게 없으니 원하는 제품으로 서로 교환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죠.

이에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없어서 랜덤 키링이 좋다는 이들도 보였습니다. 희귀 캐릭터란 이유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수십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고 동등하게 교환, 또는 구매를 하면 되니 부담이 덜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직장인이 된 90년생들이 유독 포켓몬 빵과 랜덤 키링 등의 캐릭터 유행의 중심에 선 이유가 무엇일까요.

핵심은 이들이 직장인, 즉 성인이 됐다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모님께 받던 용돈이 아닌, 스스로 번 월급으로 어린 시절에 못 사본 캐릭터 제품을 원 없이 사보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키링이나 스티커를 구매하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평이 많습니다. 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공부하지 않아도 추억의 캐릭터는 놀잇거리가 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죠.

최근 랜덤 키링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직장인 A씨는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유튜브에서 ‘짱구는 못 말려’를 본다”며 “가지고만 있어도 ‘힐링’”이라고 전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직장인이 돼도 마음만은 아직 어린이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다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과도하게 많이 나온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키링이 든 알 모양 포장재가 플라스틱이다 보니 구매량이 늘다 보면 자연스레 쓰레기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구매를 꺼리거나 자제하는 이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결국,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적당한 선에서의 추억 여행이라면 좋지 않을까요? 동심 한 방울이 필요했던 직장인들이 작은 열쇠고리 하나로 일상의 고단함을 푼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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