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회초리 든 국민께 감사"
박지현 "사람과 시스템을 바꿨어야 했는데" 아쉬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하지만 당을 수습할 구심점조차 보이지 않아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총사퇴 결의를 발표했다.
윤 위원장은 “비상대책 위원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지지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신 2974명의 후보께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응천·이소영·채이배·권지웅 비상대책위원도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윤호중·박지현 비대위호’는 지난 3월 11일 출범 후 80여 일 만에 막을 내렸다.
당은 3일 ‘당무위원-국회의원연석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원회를 거쳐 구성할 방침이다.
우선 비대위원장 등의 일괄 사퇴로 당헌·당규에 따라 박홍근 원내대표가 새 지도부 출범 전까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당내에선 수습책을 놓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차기 당권이 걸린 8월 말 전당대회까지 맞물리자 그동안 잠복해 있던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 간 계파 갈등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친문 그룹 좌장인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친이재명계를 겨냥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 당 혁신과 정치개혁은 제도적으로 가야 한다”며 “시스템 공천을 포함한 공천제도혁신, 당의 윤리성 확보 방안 등 그동안 검토된 당 혁신에 더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정치개혁 의제의 구체화와 실천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도 “이제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전 대표도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며 “더 정확히 말하면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비판했다.
특히 당 쇄신 과제를 놓고 성역 없이 논의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구성→새 지도부 선출이라는 위기모면용 조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당내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이 띄운 팬덤정치 청산과 586 용퇴론 등 민주당 기본 뿌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번에도 졌잘싸를 주장하며 쇄신의 대상이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나선다면, 평가와 반성 대신 자기 위로를 위한 땜질식 처방만 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년 뒤 총선의 예고편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 초선 모임(더민초) 의원들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성찰과 좌표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논의 주제에) 성역 없이 평가, 비판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박지현 위원장은 사퇴 발표 후 페이스북에 “출범 30일도 안 된 정부를 견제하게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바꿨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